익산시 왕궁면 동촌리 113-4 일원에 들어설 코스트코 부지
“코스트코가 익산에 들어온다고?” 몇 년 전만 해도 익산시민들 사이에서 이 말은 ‘언젠가 가능하겠지’ 싶은 희망 섞인 소문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무산 위기와 지역 여론의 파고를 넘어, 마침내 코스트코 익산점이 올 8월 착공에 들어간다. 호남권 최초의 코스트코 입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왕궁물류단지 내 입점 계획이 행정 지연과 부지 매입 협상 난항으로 한 차례 무산됐고, 소상공인 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거셌다. 하지만 정헌율 익산시장은 “단순히 대형 유통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익산이 광역경제권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코스트코 본사와 직접 소통하고 3~4개의 대체 부지를 제안하는 등 뚝심과 집요함으로 다시 협상을 이끌어냈다.
시와 코스트코는 결국 왕궁면 동촌리 3만7,000㎡(1만1200평) 부지에 8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2027년 설날 이전 개점을 목표로 진입도로 공사 등 준비에 들어간다. 이쯤 되면 “정말 될 줄 몰랐다”던 시민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코스트코코리아와 익산시, 전북도는 2024년 5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익산시
코스트코 익산점이 들어서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지역 내 소비 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동안 대전 등 타 지역까지 ‘장보기 원정’을 가야 했던 시민들은 이제 집 근처에서 대량 구매와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연간 수백만 명의 유동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돼, 익산은 물론 전주·군산·광주·전남 등 인근 도시까지 ‘코스트코 생활권’이 확장될 전망이다.
그 효과는 단순히 쇼핑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트코 입점으로 200여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되고, 물류·교통·서비스 산업 등 연관 산업에도 활력이 돌 전망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지역 기업들의 생산품이 코스트코 매장에 입점하면서 지역상품의 판로도 넓어진다. 시는 “지역민 우선채용, 지역 우수제품 입점, 지역사회 공헌 등 실질적인 상생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혀,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도 기대된다.
물론 우려도 있다. 소상공인들은 “대형 유통업체 입점은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익산시는 이에 맞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다이로움 정책수당’ 확대, 전통시장 활성화, 카드수수료 지원 등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고, 코스트코와의 상생 협약에 지역 상권 보호 조항을 명문화할 계획이다.
익산시의 코스트코 유치는 행정의 끈질긴 협상력, 지역사회와의 소통, 그리고 상생을 위한 구체적 대책이 어우러진 결과다. 정헌율 시장은 “27만 시민의 간절한 염원과 시 공무원, 지역 정치권의 노력이 어우러져 얻은 성과”라며 “개점까지 남은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시민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순천도 익산처럼 과거 코스트코 입점을 둘러싼 논란 끝에 입점이 백지화된 경험이 있다. 당시 순천시와 시의회, 지역 상인회, 시민단체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에게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이제 순천은 과거의 반대 경험을 넘어, 익산시가 보여준 유연한 행정 협상, 실질적 상생방안, 시민 설득력, 신속한 행정지원, 상생협약 이행관리 등 성공 전략을 참고해야 할 시점이다. 익산시가 겪었던 진통과 변화를 지켜본 순천은, 과연 지역경제 활성화와 상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