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지구(위)와 선월지구(아래) 초기 조감도
신대지구와 선월지구 개발사업은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 순천의 공공성과 정의가 시험대에 오른 상징적인 사례다. 지난 20년간 신대지구에서 벌어진 일은 순천시 행정의 실패이자, 지역사회의 깊은 교훈으로 남았다. 민간사업자인 중흥건설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져갔지만, 시민에게 돌아온 것은 미미했다. 그리고 지금, 선월지구가 신대지구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순천의 모든 정치권과 행정, 시민사회가 하나로 나설 때다.
전남도의회 순천 지역 도의원 8명은 지난 7월 28일 공동성명을 통해 신대지구 개발이익 환수를 촉구했다. 그들의 지적은 단호했다. "수천억 원의 분양 수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갔고, 시민에게는 단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다." 실제로 순천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개발이익 환수법 시행 한 달 전인 2006년 11월 사업승인을 받아, 법 적용을 교묘히 피해갔다. 환수할 수 있었던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이 고스란히 중흥건설에 돌아갔다.
게다가 순천시가 참여했던 공동 시행사 ‘순천에코밸리’는 중흥건설 계열사가 지분 99%를 가진 구조였다. 순천시가 실질적인 통제력을 갖지 못한 채 시민의 땅과 행정력이 민간사업자의 이익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부산시가 법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3,800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한 것과 비교하면 순천시의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대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월지구 역시 신대지구처럼 중흥건설이 실질적 시행사다. 현재 아파트 세대수 증축, 고등학교 신설, 코스트코 입점, 용도변경 등이 동시에 추진되며 토지 가치와 분양 수익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정 대응은 미온적이다. 이영란 시의원은 하수도 부지 무상제공, 수직증축 허가의 특혜성, 변경 심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분양 추진 등 선월지구에서 벌어지는 행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이익 환수 구조가 명확히 설계되지 않는다면, 신대지구와 같은 실패는 되풀이될 것이다. "준공 후 협의하겠다"는 말은 과거에도 시민을 속인 말이었다. 실시계획 변경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환수 구조, 기부채납 항목, 기반시설 투자 등을 명확히 설정하고, 초과이익까지 포함한 환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도 “선월지구가 또 하나의 신대지구가 되어선 안 된다”며, 지역상생리츠 도입과 개발이익의 사전·사후 환수 시스템 마련을 강하게 촉구해왔다. 개발이익은 공공의 판단과 행정력이 만들어낸 만큼, 그 수익은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의로운 개발’의 기본이라는 그의 지적은 지금의 순천에 꼭 필요한 경고다.
신대·선월 문제는 더 이상 시의회나 도의회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김문수·권향엽 국회의원은 신대·선월 문제를 지역구 최대 현안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제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 의원과 권 의원은 신대지구나 선월지구의 개발이익 환수 문제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힌 바 없다.
노관규 시장 역시 더 이상 "나는 중흥건설로부터 피해를 받았다", "마타도어에 시달리고 있다"는 입장만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신대지구 사업(실시계획) 승인 당시 시장이었다면, 승인 시점을 조율하거나 환수 조건을 붙일 수 있었다. 당시 참여나 결정과정에 책임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환수를 위한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내년 순천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이제는 ‘환수’를 입에 담아야 한다. 단순한 장밋빛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 환수방안을 가지고 순천시민 앞에 서야 할 때다.
개발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행정의 판단과 공공의 인프라로 만들어진 이익이라면,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를 복지와 도시 인프라에 재투자하며, 시민이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개발이다.
지금 신대·선월 문제는 과거의 책임 추궁을 넘어,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의로운 도시, 시민이 주인인 도시, 공공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위해, 이제 김문수 의원, 권향엽 의원, 노관규 시장, 전남도의원, 순천시의원 모두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