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아랫장에 민생회복지원금 20만원 지급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12월 8일부터 순천시민 모두에게 2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한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취임한 이래 처음이다. 시민들은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넉넉했다면…” 하는 속내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도 늦었지만 어려운 시기에 최소한의 손을 내밀었다는 점만큼은 환영받을 일이다. 필자는 2022년 선거에서 1인당 10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공약한 이후 줄곧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순천시가 밝힌 재원 조달 방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시는 580억 원의 지원금을 국가정원 등 관광수입 증가와 지방소비세 확대 덕분에 부채 없이 ‘100% 순천시 자체 재원’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항간에는 “국가정원 입장료 수입으로 지원금을 준다”는 말까지 퍼졌다. 그러나 정말 그럴 만큼 국가정원이 돈을 벌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순천시 결산서와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실상은 정반대다. 국가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운영과와 정원시설과의 2024년 세외수입 전체는 121.6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등을 모두 합쳐도 총세입은 163.1억 원. 그런데 지출은 326억 원이다. 기업이었다면 이미 문을 닫았어야 할 수준의 적자다. 국가정원의 존재 가치를 단순 흑자·적자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가정원 수입’으로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핵심 수입원인 입장료 수입은 고작 57.6억 원이다. 425만 명이 찾았다는 국가정원의 입장료 수입으로 보기엔 너무나 초라하다. 무료관람객이 절대다수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조직위원회가 밝힌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 관람객 981만 명 중 무료 관람객은 72%나 된다. 2023년 1인당 입장료수입을 단순 적용하면 2024년에는 최대 80%가 무료관람객으로 추정된다. 결국 많은 이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잠시 들렀다 떠나는 ‘스쳐가는 관광’에 머물렀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구조적 실패는 순천의 자영업 통계에서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024년 순천의 일반음식점 개업은 191곳인데 반해 폐업은 무려 515곳이다. 개업 대비 2.7배. 거리 곳곳에 꺼진 간판과 닫힌 식당이 순천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재원을 ‘관광수입 증가 덕분’이라고 포장하는 순간, 시민의 상식과 정면충돌한다.
적자 구조는 더욱 뚜렷한 곳에서도 나타난다. 스카이큐브와 정원드림호 운영에 52억 원을 투입하고도 수입은 26억 원대에 머물렀다. 절반 가까운 적자다. 국가정원 브랜드가 아무리 뛰어나도 내부 사업 구조가 연달아 적자를 낳고 있다면, 이를 직시하고 고쳐야 한다. 시민들은 더 이상 화려한 포장만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그렇다면 2025년엔 국가정원이 정말 지원금 재원을 만들 만큼 돈을 벌까? 현실은 또 다르다. 순천시는 11월 11일 기준 방문객 400만 명 돌파, 매출 100억 원 달성을 발표했다. 노관규 시장은 “2025년 500만 명, 매출 15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세외수입) 150억 원에서 차지하는 입장료 수입은 70억 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비 13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지출의 3분의 2가 국민 세금,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정원이 ‘민생지원금의 재원’이라는 설명은 어불성설이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차라리 “쉽지 않았지만 시민을 위해 결단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진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실 순천시는 이미 예산을 과감히 써본 경험이 있다. 2022년 2,129억 원의 순세계잉여금은 2023년 1,147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줄어든 대부분은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장의 의지와 판단만 있다면 얼마든지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요한 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였다. 국가정원이 수익을 못 냈더라도 시민과 지역경제가 충분한 혜택을 받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만약 국가정원 방문객에게 입장료 1만 원을 받고, 같은 금액을 순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순천에서만 쓰도록 했다면 어떨까. 올해 예상 방문객 500만 명 기준, 500억 원의 지역 소비가 즉시 만들어진다. 12월 현재 4,112개로 줄어든 일반음식점을 기준으로 하면 가게당 1,200만 원의 매출이 증가한다. 단순한 상상 같지만, 실제로 시가 이런 정책 하나만 선택했어도 지역경제의 숨통은 훨씬 더 트였을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더 이상 ‘그림 같은 풍경’에 머물러선 안 된다. 12월의 찬바람 속에서 시작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정말 시민을 향한 진심이라면, 이제 순천만국가정원이 '생태도시' 순천에서 벗어나, 지역경제를 살리고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태경제도시' 순천으로 거듭나게 하는 핵심 엔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를 고치려는 정치적 용기부터 필요하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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