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순천시장의 최근 해명 문서를 카톡에서 접하고, 한 시민으로서 깊은 실망과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떤 것도 저의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한 줄이 노관규 순천시장의 현재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부족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최근 순천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노관규 시장이 침묵을 깨고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그 대상은 시민이 아닌 시청 직원들이었다.
해명의 방식 역시 유인물 배포라는 '내부 돌려막기'식이었다.
18일, 노관규 시장 명의의 A4 용지 두 장짜리 '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문서를 배포했다. 이 문서는 행정 공백 및 불통 행정에 대한 비판에 대해 시장 본인이 직접 해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해명의 내용을 뜯어보면, 비판의 핵심인 '행정 공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슈퍼 기득권 세력', '삼인성호' 등의 모호한 표현을 동원하며 비판 세력을 겨냥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마치 순천시의 어려움이 외부의 적대 세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시민들은 최근 순천시 행정에서 감지되는 소통 부재와 전남의과대학, 연향들 공공자원화시설, 스포츠파크, 선월.신대지구, 정원박람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명쾌한 해명과 진솔한 소통을 기대 하고 있다.
그러나 노 시장은 시민을 직접 마주하는 대신, 시청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내부 문건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는 시장이 시민을 '소통의 대상'이 아닌 '단속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해명의 핵심은 '슈퍼 기득권 세력'의 '밥그릇 지키기'와 '시정 발목 잡기'라는 주장이었다. 시장은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을 외부 세력의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며,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에 맞서는 고단한 행정가로 포장했다.
이는 마치 집안에 물이 새는 원인을 찾는 대신, 옆집에 도둑이 들었다며 엉뚱한 곳에 화살을 쏘는 격이다.
시민들은 시장과 시의회 간의 갈등이 아닌, 순천시의 행정 공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한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만은 결코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다.
특히 '순천만게이트'라는 오명까지 얻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아닌 시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마땅하다. 시민들은 정확하고 명쾌한 해명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시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노 시장의 이번 해명은 '논점 흐리기'에 그치며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시장이 생각하는 슈퍼 기득권 세력은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단어를 선택 했을까 참 의문이다.
노 시장은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 슈퍼 기득권 세력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싸움이 아닌, 협력이다. 시민들은 시장이 외부의 적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 시의회와 협력하여 순천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해명은 진정성을 보여주기보다 '내부 결속'에 집중하며 시민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순천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부족함'을 채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