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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하근 칼럼] 순천만국가정원의 화려한 기록, 그러나 남은 질문

강준환 기자   |   송고 : 2025-10-18 10:49:35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

 

얼마 전 한 신문에서 순천만국가정원이 지난해 에버랜드를 제치고 전국 관광지 방문객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08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니, 수치만 보면 화려한 성공이다. 하지만 그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순천만국가정원 방문객은 981만 명. 그러나 이 중 유료 관람객은 274만 명,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입장료 수입은 237억 원으로, 1인당 2,412원 수준이다.

2024년에는 더 심각하다. 순천시 결산자료를 보면 425만 명이 다녀갔지만 입장료 수입은 57억 5,700만 원, 1인당 1,355원에 그쳤다. 무료관람객이 급증한 결과다.

 

이렇게 적은 입장료로 유지되는 ‘국가정원’의 재정구조는 불안하다. 2023년에는 국가와 전남도의 보조금 등으로 909억 원을 조달해 819억 원을 지출했다. 관람객 1인당 8,344원을 썼다. 즉, 8,300원을 써서 2,412원을 번 셈이다. 2024년에도 1인당 7,678원을 투입해 1,355원을 벌었다.

결국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는 겉보기에는 성대했지만, 실속은 ‘반짝 돈 잔치’에 그쳤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료관람 정책의 함정

 

‘관람객 수’로는 성공이지만, 지역경제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3~2024년 사이 순천의 일반음식점 1,012곳이 문을 닫았다. 전체의 19.3%에 해당하는 수치로, 순천시 통계 사상 최대 폐업률이다. 

이는 무료관람객 상당수가 식사, 숙박, 쇼핑으로 이어지는 소비 활동 없이 “사진만 찍고 떠난 관광객”이었음을 보여준다. 무료 개방의 달콤함이 지역 경제를 비껴간 셈이다.

 

 “돈을 받고 지역에 돌려주자” — 지역화폐 연계 모델

 

그렇다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현실적 대안은 없을까. ‘무료관람객에게도 입장료를 부과하되, 그 금액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방식’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전북 고창군이 이미 이 모델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고창읍성 입장료를 ‘고창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면서, 주변 상권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맹점 판매액 3.8% 증가, 이용객 75% 증가, 생산유발 1,566억 원, 부가가치유발 916억 원—수치가 증명하는 확실한 효과다.

 

순천시도 이를 본받을 수 있다.

 

무료관람객에게 합리적 수준의 입장료를 받고, 같은 금액의 ‘순천사랑상품권’을 돌려주면 된다. 관람객은 부담 없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매출이 늘어난다. 상품권 사용처를 음식점, 카페, 전통시장, 기념품점 등으로 확대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과를 측정한다면 지역경제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세금이 아닌 시스템이 지역을 살린다

 

공공시설의 운영은 늘 적자 논란을 낳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적자’ 자체가 아니라, 세금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지 못하는 구조다.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조경과 문화, 상업을 결합해 주변 부동산 가치를 높였고, 일본의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입장료보다 지역기업 후원과 관광 동선 프로그램으로 경제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제 순천만국가정원도 ‘방문’의 시대를 넘어 ‘소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무료 개방의 상징성에 머문다면 정원은 세금으로만 유지되는 ‘구경거리’에 머물 것이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매개로 관람객의 소비를 순천 경제로 연결한다면, 순천만국가정원은 진정한 의미의 ‘시민형 관광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

 

세금이 아니라 시스템이 지역을 살린다. 이제 순천만국가정원이 그 해법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오하근 전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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