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길은 인체의 혈관과 같다.
막힘없이 흘러야 도시 전체에 활력이 돌고 생기가 넘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순천의 혈관 한가운데, ‘순천만IC 통행료’라는 거대한 혈전(血栓)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장벽은 매일 아침 시민들의 출근길에 깊은 시름을 더하고, 순천의 심장부인 도심을 숨 막히게 하고 있다.
매일 출퇴근길에 남승룡로와 청암대 사거리에서 벌어지는 교통대란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편도 900원의(출퇴근 시간 720원) 통행료를 피하려는 차량들이 좁은 도심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시민들의 시간과 인내는 아스팔트 위에서 속절없이 타들어 간다.
이는 마치 맑은 물이 흐르는 강물의 허리를 댐으로 막아, 주변의 논밭을 모두 메마르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에만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와 순천만IC를 통해 징수된 돈은 무려 18억 7천만원에 달한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금액일지 모르나, 매일 이 길을 지나야만 하는 직장인과 소상공인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통행세’다.
이 18억 7천만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통행료 수입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뒤에는 통행료를 아끼기 위해 낭비된 수많은 시간, 정체된 도로 위에서 뿜어져 나온 매연, 그리고 시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스트레스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순천시의회 장경원 의원은 이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봤다.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매우 감사하다.
"순천만IC~해룡IC 구간의 통행료는 지역민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행료를 피하려는 우회 차량들로 인해 남승룡로와 청암대 사거리 등 도심 곳곳이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일갈했다.
순천시의회 장경원 시의원(외서면, 낙안면, 별량면, 상사면, 도사동)
실제로 지난해 순천만IC를 이용한 차량은 일평균 7,103대에 달하며, 하루 513만원, 연간 18억 7천만원에 이르는 통행료가 징수되고 있다.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꼴이다.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이제는 여순광의 국회의원들과 기타 정치인들도 나서야 한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과거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던 성남의 판교IC와 고양의 서울외곽순환도로는 통행료라는 빗장을 풀자마자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
우려했던 세수 감소는 기우였고, 그 자리는 원활해진 교통 흐름과 시민들의 만족이라는 더 큰 가치로 채워졌다. 이는 도로가 단순한 ‘수익 사업’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기능을 떠받치고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공공의 자산’임을 웅변하는 살아있는 증거다.
최근 순천시의회에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민들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자, 순천의 미래를 위한 절박한 외침이다.
이제 공은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그리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지역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언제까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달려 도시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는 현실을 방치할 것인가.
28만 순천시민의 더 이상 시민들의 주머니 털기 그만하라!
순천의 혈맥을 옥죄는 이 낡은 족쇄를 끊어내고, 시민의 길이 진정으로 시민에게 돌아오는 그날을 간절히 염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현명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