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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성진의 앙코르와트 3] 앙코르 유적을 보는 세 가지 방법.. 평생추억이 되려면?

조성진 기자   |   송고 : 2025-08-07 15:53:17

10만 명이 살았다는 앙코르 톰의 중앙에 위치한 바이욘 사원. 남아있는 37개의 석탑에 4면상 조각이 새겨져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캄보디아의 신비, 앙코르 유적을 만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보통은 '스몰 투어', '빅 투어', '외곽 투어'로 나뉘는데, 체류일정과 여행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단연 ‘스몰 투어’다.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타 프롬 등 앙코르를 대표하는 핵심 유적들을 하루에 둘러보는 코스다. 스몰투어는 앙코르 유적의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문화적 깊이를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지만 타 프롬도 건너뛸 수 없다. 영화 <툼레이더>로 유명해진 타 프롬 사원에서, 거대한 스펑 나무가 건축물을 휘감고 있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앙코르 왕국의 흥망성쇠를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스펑나무가 타 프롬의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스몰 투어를 마쳤다면 탐험의 반경을 넓힐 차례다. 프레아 칸, 따 솜, 네악 뽀안 등 보다 넓은 지역의 유적들을 돌아보는 ‘빅 투어’는 한 걸음 더 깊은 여정이다.  유적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파손이 심하긴 하지만, 이 유적들은 스몰 투어에서 본 화려함의 근간이 된 역사와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 말하자면 빅 투어 유적의 결정체가 스몰 투어 유적이고, 스몰 투어 유적의 과거와 미래가 빅 투어 유적이다.

 

더 멀리 나가면 ‘외곽 투어’다. ‘크메르예술의 보석’이라 불리는 반테이 스레이, 캄보디아의 젖줄 톤레삽 호수는 말 그대로 숨겨진 보물이다. 반테이 스레이는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유적으로,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정교한 조각은 감탄을 자아낸다. 체류일정이 넉넉하다면 이 세 가지 투어를 각각 하루씩 배정해 모두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이틀밖에 시간이 없다면, 스몰 투어에 더해 프레아 칸, 반테이 스레이,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톤레삽 호수까지 담아보기를 권한다. 캄보디아의 젖줄 톤레삽에 가려면 보통은 자동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뚝뚝을 타고 흙길을 달려보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다. 엉덩이는 아프지만 덜컹거리며 바라보는 마을 풍경, 반테이 스레이의 붉은색보다 더 선명한 붉은색으로 길게 뻗은 황톳길에 먼지와 냄새까지… 이 모든 것이 캄보디아다.

 

크메르예술의 보석이라 불리는 반테이 스레이  사진=조성진 기자

 

여행의 방식이 감동을 바꾼다

 

앙코르 유적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다. 힌두교와 불교가 얽혀 수세기 동안 축적된 예술, 정교한 건축, 그리고 잊혀진 왕국의 자취가 겹겹이 녹아 있는 복합문화유산이다. 때문에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것이 좋다. 유적의 역사와 의미를 해설해주는 가이드는 특히 일정이 짧은 여행자에게 유익하다.

 

하지만, 가이드를 통해 듣고 보는 투어는 기억과 감동이 오래가지 못한다. 누가 퀴즈를 내고 바로 답을 알려주면 퀴즈 푸는 재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감탄과 궁금함이 생기기도 전에 해설이 들어오고, 감정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다음 장소로 옮겨야 한다. 필요할 때 발걸음을 멈추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다. 운동 중간 잠깐의 휴식처럼, 여정 사이 휴식은 청량제이자 여행의 의미를 배가시킨다. 쉼 있는 여행이야말로 앙코르 유적을 보는 최고의 방법이다.

 

쉼표가 주는 감동의 깊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의도치 않은 ‘멈춤’에서 찾아온다. 힘겹게 올라온 앙코르 와트의 가파른 계단에 앉아 쉬고 있을 때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 반테이 스레이 돌담 아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우연히 올려다본 푸른 하늘, 프레아 칸의 허물어진 벽 그늘에 누워 빠져드는 고적함 사이로 파고드는 새소리…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앙코르 유적이 주는 진짜 감동이다. 

 

프놈 바켕 언덕 위에서 바라본 숲 사이로 솟아오른 앙코르 와트의 탑과 일몰, 톤레삽 호수 수평선이 맞닿는 하늘 끝에서 붉게 물들어 오는 저녁 노을에 빠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톤레삽 호수의 일몰. 저녁 노을이 사라질 때까지 수상가옥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진=조성진 기자

 

“나는 연홍이란 이름이 잘도 맘에 들어

게다가 윤슬 같은 연홍은 

 

어느 저녁 바다 붉은 비늘로 반짝이는 

수평선 끝을 넋없이 바라보다 

빠져들고 사라져 가슴에 묻는 노을”

 

여행 중 문득, 멈춰 선 자리에서 눈길 가는 대로 하염없이 바라보던 장면들은 지금도 가슴 깊이 그윽함으로 남아 있다. 걷다가 멈추고, 바라보다 생각에 잠기고,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여백이야말로 앙코르 여행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든다. 때론 눈을 감고 바람 소리만 들으며 앉아 있어도 좋다. 그곳은 이미 '시간'과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그 시공간의 한복판이다.

 

마음의 먼지를 털다

 

앙코르를 평생 간직할 추억으로 만들고 싶다면 최소한 4일은 필요하다. 하루는 스몰 투어, 하루는 빅 투어, 하루는 외곽 투어, 나머지 하루는 아무런 계획 없이 여백을 누리며 지내보자. 숙소에서 뒹굴거리거나 뭔가 끄적이고, 배가 고파지면 근처에 나가 현지 음식을 먹고 가볍게 이리저리 걷다가 커피나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는 것도 좋다.

 

필자는 앙코르에 6일 동안 머물렀다. 가이드를 동행하지 않고 뚝뚝을 대절해 가고 싶은 곳을 다녔다. 일정은 느슨하게 짰고, 시간은 흘러가는 대로 뒀다. 앙코르의 뜨거운 햇살과 먼지 속에서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며, 그 곳에서 진짜 여행을 배웠다. 돌아와 보니, 나를 가장 깊이 흔든 건 앙코르의 웅장한 유적이 아니라, 그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바람과 시선을 나눴던 ‘여백’의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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