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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순천 뒤에 가려진 승주... 도농통합이 만든 균형발전의 그림자

강준환 기자   |   송고 : 2025-10-27 11:59:02

순천시 승주읍 승평마을. 주택의 70%가 비어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1985년, 전남 동부 내륙의 중심이었던 승주군 승주읍에는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다. 상점과 관공서, 학교로 가득 찬 거리는 활기로 넘쳐났다. 그러나 지금은 2300명 수준으로 줄었고, 마을에는 적막감마저 감돈다. 40년 만에 인구의 80%가 사라진 것이다.

 

승주읍의 중심지인 승평마을은 1995년 도농통합 이전까지 승주군청이 있던 곳이다. 통합 후 순천시청으로 이전하고 남게 된 구 군청사는 순천제일대학교가 매입해 승주캠퍼스로 활용했으나, 2024년 폐교됐다. 현재 마을에는 수십 명만이 거주한다. 거리에는 낮에도 사람을 보기 어려우며, 대부분 고령층이다. 폐허를 떠올리게 하는 연립주택이 줄지어 있고 그중 70% 이상이 비어 있다. 승평마을은 승주읍 내에서도 소멸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이다. 승주초등학교는 도농통합 당시 220명이던 학생 수가 현재 31명, 승주중학교는 270명에서 18명으로 감소했다.

 

2024년 폐교한 순천제일대학교 승주캠퍼스. 녹슨 간판과 닫힌 교문사이로 보이는 낙엽이 황량하다.  사진=조성진 기자

순천시는 1994∼1995년 농어촌 발전과 균형 성장을 목표로 정부 주도로 통합된 도농통합도시다. 도시의 동과 농촌 읍면이 하나로 묶였지만, 통합 이후 승주군 인구는 대거 동 지역으로 이동하며 도농격차는 더 벌어졌다. 통합 당시 약 7만7천 명이던 승주군 인구는 현재(9월 말 기준) 신대지구를 제외한 읍면 전체 인구가 4만1천 명으로 줄며 47% 감소했다.

 

승주군에 편성되는 예산 또한 감소세다. 전남에서 농가 인구가 가장 많은 순천시에 전남도가 지원한 순농업생산기반시설 예산은 연평균 80억 원으로, 전남 22개 시군 평균인 119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올해 순천시 농업 분야 예산은 전체의 14.9%인 1934억 원이지만, 이 중 승주군에 직접 지원되는 금액은 500억~6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승주군의 인구와 재정지원은 줄었지만 순천시 전체 인구가 크게 감소하지 않아 순천시는 정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지방소멸대응기금’도 받을 수 없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매년 1조 원을 출연해 지자체에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현 제도는 시군 단위에만 적용되고 있어, 순천시의 일부인 승주군은 인구가 줄고 마을이 텅 비어도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도농통합시의 읍면은 인구감소지역 기준에서 배제돼 있다”며 “읍면 지역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데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제도적 불합리”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신정훈(오른쪽) 의원이 윤호중 행안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신 의원의 지적대로, 승주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뿐 아니라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각종 행정 특례인 특별교부세, 지역사랑상품권 제도, 지방세 감면 차등화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승주군 인구는 계속 줄고 있지만 순천시 전체 인구 감소가 크지 않아, 승주군 주민에게만 불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다. 예컨대 다른 군 지역에서 1인당 5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받을 때, 승주군 주민은 3만 원만 받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여전히 도농통합도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군 단위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도시의 일부지만, 실제로 승주군 읍면은 소멸 위험이 가장 큰 농촌 지역이다. 신정훈 의원은 “읍면 단위로도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지난해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행안부는 1년 반째 용역만 반복하며 개선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정부의 늦장 대응을 비판했다.

 

순천은 여전히 전남을 대표하는 도시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 가려진 승주군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도농통합이 행정 효율을 높였을지는 모르나 주민의 삶까지 통합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도농통합도시의 농촌지역을 별도 재정지원 대상으로 분리하거나, 소멸 위기 마을을 생활권 단위로 행정통합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서선란 순천시의원은 이달 말까지 열리는 순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순천시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를 발의할 예정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순천시 지역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농 간 균형 있는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행정 및 재정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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