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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 돌아오게 한" 전어, 그 은빛 유혹에 빠지다

구자경 기자   |   송고 : 2025-08-13 09:24:14

아직 한낮의 햇살은 따갑지만, 바닷바람 끝엔 이미 서늘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바로 그 바람을 타고,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녀석들이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이곳 망덕포구로 떼 지어 오고 있었다. "가을 전어"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흔히들 '가을 전어 한 마리면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고 한다.이 과장된 표현 속에는 단순한 미식이 아닌, 가을을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풍요로운 해학이 담겨 있다. 실제로 망덕포구에서 갓 잡아 올린 전어는 차원이 다르다.

섬진강과 남해의 거친 물살을 헤치고 다닌 덕에 육질이 탄탄하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무더위에 잃었던 입맛은 이 전어 한 점에 순식간에 되돌아온다.

 

전어는 요리 방법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뼈째 썰어낸 전어회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고, 신선한 채소와 함께 무쳐낸 전어회무침은 새콤달콤한 맛의 향연을 펼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전어의 백미는 전어구이다.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전어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을 절로 떠올리게 할 만큼 치명적이다. 이 냄새를 따라 망덕포구에 도착하면, 단순히 전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곳은 전어의 맛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학이 함께 숨 쉬는 곳이다. 과거 전라좌수영의 병선(兵船)을 만들던 선소가 있던 곳이자,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의 유고를 보존했던 정병욱 가옥이 남아 있는 문학의 성지이기도 하다. 망덕포구를 따라 걷다 보면, 배알도 섬 정원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전어를 형상화한 '별헤는 다리'와 '해맞이 다리'를 건너 섬에 도착하면,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 밤하늘의 별빛이 방문객들의 감성을 흠뻑 적신다. 그야말로 맛과 멋, 그리고 낭만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오는 9월 12일부터는 망덕포구 일원에서 제24회 광양전어축제가 열린다. '별 헤는 밤, 전어가 전하는 바다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전어 맨손 잡기 체험, 가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축제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해상 전어잡이 시연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양시 관광과 이현주 과장은 망덕포구를 “550리를 달려온 섬진강이 마침내 바다와 만나는 망덕포구는 가을의 관문이자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쉼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망덕포구는 단순한 항구를 넘어,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가을의 낭만을 즐기게 해주는 특별한 장소다.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은빛 유혹을 품은 망덕포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가을의 진짜 시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동부뉴스] - 구자경 ✉️ samsanisu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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