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의회 ‘순천역사바로잡기 특별위원회’가 선정비 수준에 머물러 있는 ‘팔마비(八馬碑: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76호)’를 국보급으로 위상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순천시의회가 30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주최한 ‘팔마비 및 팔마정신 재조명’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신민호 의원은 “고려 말 청백리 최석(崔碩)을 기린 팔마비는 헌마(獻馬)폐습을 없앤 선정비가 맞지만, 실학자 이수광이 1617년에 중건한 팔마비는 개인의 선정개념을 넘어 후세 목민관들에 나쁜 관행을 없애야한다는 숭고한 뜻을 담은 적폐청산비”라고 규정했다.
신 의원은 이어 “올해는 공교롭게도 지봉유설의 저자이자 실학의 선두주자인 지봉 (芝峯)이수광이 팔마비를 중건한지 400년이 되는 해”라면서 “청렴을 상징하는 팔마비는 순천의 유산만이 아닌 국가의 유산으로서 전남도문화재인 팔마비 및 팔마정신을 국보로 지정하고 유네스코 세계정신문화재에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순천시의회 ‘역사바로잡기특별위원회’가 30일 오후 시청에서 팔마비 및 팔마정신 재조명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있다. [박대성기자/parkds@heraldcorp.com]
순천시 영동 옛 승주군청 앞에 자리한 ‘팔마비’는 고려 충렬왕 때 승평(순천 옛 지명) 부사를 지냈던 최석(생몰년 미상)의 덕을 칭송하기 위해 고을주민들이 도심에 세운 송덕비이다.
팔마비 현판에는 승평부사를 지낸 최석이 내직(승진)으로 상경하게 되자 당시 관례에 따라 고을 사람들이 말 8마리를 바쳤는데, 그동안 낳은 새끼말(망아지)까지 보태 아홉마리를 순천에 되돌려 보냄으로써 종전의 헌마폐습이 사라져 그 청렴의 뜻을 기리고자 순천주민들이 충렬왕 34년(1308년)에 팔마비를 세웠다고 기록돼 있다. 1977년 관선시절 정규하 승주군수에 의해 비석 보호를 위해 비각이 세워졌다.
그렇지만, 이후 언론사나 사료마다 팔마비 유래를 놓고 제각각으로 해석해 논란거리도 남기고 있다.
문화재 검색이나 민속문화대백과사전에는 8 1마리로 표기된 반면 두산백과와 답사여행길잡이에서는 7 1마리로 표기되는 등 오류가 많다는 사실도 토론회에서 지적됐다.
또한 정설로 굳어진 8 1마리 또한 8마리 무리중에서 1마리가 태어나 되돌려 건넨 것이 아니라, 8마리는 개경으로 올려지고 나머지 1마리는 최석부사가 소유하고 있었던 말에서 태어난 것이라는 것이 고려사(高麗史) 사료에서 해석됐다.
순천대 사학과 최인선 교수는 발표를 통해 “당시 승평부에서는 관례상 태수(오늘날 시장)가 교체돼 돌아갈 때면 반드시 말8필을 주고, 부사(副使)에는 7필, 법조(法曹)에는 6필을 선물로 주고 말무리 가운데 고르게 했다”면서 승평부사는 태수(太守) 지위에 해당되기때문에 ‘8필’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한 “현재의 팔마비 안내문에는 1308년(충렬왕 34년)이라고 씌여져 있으나 근거가 없으며 ‘고려사절요’ 충렬왕 7년(1281년)에 기록돼 있으므로 그 이후에 입비(立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발언한 장채열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이하 동사연) 소장은 “우리사회가 누구만 잘못하고 누구만 썩은게 아니잖냐. 국력은 높은데 OECD 부패지수는 항상 하위권으로 우리나라사회 전체가 곪았다는 얘기다”며 “팔마제(시민의날) 시작은 팔마비 앞에서 지방관(시장)이 청렴을 다짐하는 의식을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신분으로 참석한 김정민(복성고 1년) 양은 “팔마비 답사를 하면서 건립연도가 팔마비 현판에는 1308년이라고 씌여 있지만 팔마탑(塔) 비석에는 1277년으로 돼 있다”며 “고려사절요 등 옛 사료를 근거로 최석이 말이 돌려준 것은 최석이 비서랑(관직)이 된 이후의 일이라고 볼 때 팔마비는 1281년 이후에 건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청렴정신을 강조하는 순천에서는 매년 가을 팔마문화제(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각급학교 교명(팔마초.중.고)와 공공기관 명칭(팔마체육관,팔마대교)에도 팔마 이름이 쓰이고 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정원 시의원(순천역사바로잡기 특별위원장)은 “승평지에 기록된 고적순서에 의하면 팔마비가 1순위이고 임청대, 이정선정비,청덕비,이통제비 순으로 나와 있는데 중요도 순서에서 후순위인 이통제비는 국가보물인데 팔마비는 지방문화재에 머물고 있다”며 국보지정과 유네스코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키로 했다.
최 의원은 더불어 “집앞에 도로불편은 이의를 제기하면서 순천이 가진 정신문화유산은 제대로 평가하는 노력이 저나 시민이나 모두 부족했다”면서 “의회에서도 힘을 쓰겠지만 나머지는 시민 여러분이 보태주셔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정원 특위위원장을 비롯해 임종기 의장, 나안수,유영갑,이옥기, 선순례, 이복남, 박계수 의원 등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으나 시청 직원들은 대부분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