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선진요양시설견학방문단이 순천만요양병원을 방문했다. 사진=조성진 기자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나요?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요양병원을 개설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이런 엄청난 시설이 대한민국에 또 있습니까?”
순천만요양병원을 찾은 17명의 방문단은 짧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의사 및 병원인력, 환자 수, 시설규모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의료 및 돌봄 체계, 입원료, 외국인 입원여부, 입원기간, 의료기기 교체주기 등 요양병원에 대해 궁금한 것을 세세히 물어보고,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병원관계자의 답변을 경청했다.
5월 8일, 몽골 에르데네트시의 게 알탕게렐 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시청 관계자 17명이 순천에 있는 순천만요양병원을 방문했다. 선진 요양시설을 견학하고 향후 요양병원을 도입하는데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다.
환승까지 포함하면 하루 꼬박 걸리는 곳에서 왔지만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노성국 총무부장의 안내로 일반병동과 중환자를 위한 집중치료실, 재활치료실, 복지시설을 둘러본 방문단은 신세계를 접한 듯 놀라움과 감탄사를 연발했다. 잘 꾸며진 정원은 초원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부러움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게 했다.
몽골 에르데네스 시의회와 시청 관계자들이 순천만요양병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조성진 기자
순천만요양병원의 경영노하우와 한국의 요양병원시스템 전수
게 알탕게렐 의장은 마침 어버이날이라 환자 가족들이 병원을 방문해 잔디정원광장 곳곳에서 식사하는 광경을 보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효심이 강하고 요양병원 시설은 너무 잘 돼 있다. 우리도 이런 선진 시설과 문화를 한국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라며 “한국 정부가 비용의 80%를 지원하는 것에 놀랐다. 우리도 가능하면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에르데네트시 의원들에게 한국을 견학지로 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방문단을 인솔했던 이완희 종합건축사사무소 공간 대표는 “과거 몽골은 소련과 친했고 다음에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했던 일본과 가까웠다. 지금은 한국의 시설과 문화를 적극 받아들여 한국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요양병원시설과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김창숙 순천만요양병원 이사장은 “순천만요양병원 경영노하우와 한국의 요양병원시스템을 몽골에 알리는데 힘쓰겠다”며 “우선 에르데네트시와 협의해 교류를 넓히고 교육과 인력양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순천만요양병원은 5,200평의 부지 위에 총 379병상을 갖춘 전문 요양병원으로 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함께 재활치료센터, 통증클리닉 등도 운영하고 있다.
박지선 간호본부장은 "감염예방과 방역을 위한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 배치, 중증환자를 위한 24시간 집중치료와 간호, 개방형 치매병동,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휠체어 산책은 순천만요양병원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순천만요양병원
가장 부유한 도시 에르데네트에 요양병원과 요양원 없어
초원의 나라 몽골은 남한 면적보다 15배가 넓지만 인구는 350만 명에 불과하다.
인구 집중이 매우 심해 수도 울란바토르에만 160만 명이 모여 산다. 방문단이 속해 있는 에르데네트시는 울란바토르에 이어 제2의 도시이지만 인구는 고작 12만 명에 불과하다. 에르데네트 인근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구리광산이 있는데 2000년대 기준으로 몽골 GDP의 13.5%를 생산하고 있다.
구리광산 덕분에 몽골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가 됐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몽골 평균보다 3~4배 높다. 에르데네트에서 울란바토르 공항까지 도로거리는 약 400킬로미터이지만 기차나 버스로 가면 10시간 이상 걸린다.
몽골의 노인요양시설은 부족하고 열악하다. 한국처럼 의료법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요양병원은 아예 없다. 요양원만 극히 소수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울란바트로에서 100킬로미터, 차로는 3시간 걸리는 곳에 바트슘베르 국립요양원이 있다. 130명의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국립이라 무료로 운영되며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기준으로 65세 인구가 4.3%에 불과해 요양시설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20년 후인 2045년에는 9%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노인을 위한 선진 의료시설을 체험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가장 부유하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없는 에르데네트시는 더욱 관심이 높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K콘텐츠에 이어서 K요양시설 및 시스템이 몽골에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