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회가 '남해안 남중권 종합스포츠파크’ 조성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순천시의회
순천시의회의 '남해안 남중권 종합스포츠파크' 부지 매입 예산 부결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순천시와 일부 언론은 세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반기"를 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순천시가 2025년 주요업무 실행계획에서 밝혔듯이 연향들 등 대규모사업에 예산이 치중되어 재정 확보가 어려워지자, U대회를 명분삼아 재정을 확보하고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종합스포츠파크'는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팔마체육관 시설의 대안으로 2021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애당초 유니버시아드대회와는 무관했다. 순천시는 종합스포츠파크를 추진하기 위해 'U대회 개최', '대통령 공약', '김문수 의원 제안'이라는 호재로 새롭게 포장했고, 시민 세금 사용을 감시하는 시의회의 본질적이고 책임있는 행동에 'U대회 대통령 공약 반기'라는 프레임을 씌어 공격한 것이다.
'공약 반기'가 아닌 '책임 있는 검토'
순천시의회가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라는 대통령 공약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노관규 시장의 말대로 2039년 대회가 유치 가능한 상황이라면 앞으로 개최까지 14년이나 남았다.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시의회는 순천시 자체만으로 불가능한 U대회 유치를 위해 시간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계획을 세우고, 첫 단추로 수백억 원이나 드는 토지 매입을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반대했다. 이는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미래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책임 있는 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해되어야 한다.
U대회는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국가적 대사다. 국제대회 규격에 맞는 경기장을 세우고 1만5천 명의 선수를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과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도 갖춰야 한다 '스포츠파크'와는 차원이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대회가 끝난 후 시설 재사용을 위한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중복 투자와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U대회 유치라는 소재가 순천시에게는 자충수가 됐다. 'U대회 개최', '대통령 공약'이라는 프레임 없이 종합스포츠파크 조성을 추진했더라면 시의회의 부결 없이 당초 순천시의 계획대로 추진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비 지원 등 재정 확보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순천 등을 방문해 제시한 공약
정치적 판단이 아닌 시민 대표의 책임
부결에 참여한 의원들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왜곡이다.
실제로 행정자치위원회 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5명이 반대하고, 3명이 찬성했다.
이는 의원들 각자의 입장과 책임으로 판단했으며, 시민 대표로서 양심에 따른 결정임을 보여 준다. 8명 의원 모두가 나름대로 시민의 세금을 지키고 행정의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순천시는 '충분히 설명했다'라고 주장하지만, 토지 매입의 위치, 규모, 구체적인 계획이 최근까지 비공개였던 점과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시 차원을 벗어난 중요한 사업일수록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얻어야 한다. 투명성 부족은 불신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7년에 개최되는 충청권 유니버시아드도 2020년 대전, 세종, 충북, 충남 4개 시도시가 모여 공식적으로 공동 유치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유치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저비용·고효율’을 내세워 전체 30개 경기장 중 19곳(약 63%)은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11곳(약 37%)만 신·증축하는 방식으로 사전에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준비하고 있다.
마스터플랜도 없이 토지를 매입하려 한 점은 행정의 기본 원칙인 '계획이 먼저, 실행은 나중'을 무시한 처사이다.
순천시가 U대회 유치가 진심이라면 종합스포츠파크 강행을 멈추고, 노 시장의 평소 소신인 여순광 경제동맹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여순광 국회의원과 시장이 함께 모여 공동유치 협약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