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명문화된 성문헌법인 대한민국의 헌법의 규정에 따른 하나의 권력기관이다. 권력기관인 대통령의 '지시'는 단순히 고위 공직자의 지시가 아니라 헌법에 규정된 명령(권)과 동일한 강제규범의 성격을 띤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남지역 의대 신설과 관련하여 김영록 전남도지사에게 "전남도가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대를 신설할 대학을 건의하라"라며 명시적으로 '전남도가 정하라'며 '전남도'라는 기관을 특정해 지시했다. [본지 2023. 4. 23.일자 보도 참조] 그런데 노관규 순천시장과 이병운 순천대총장은 이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아무리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고 한들 일국의 대통령이 지시한, 통치권 행사 수준의 이런 중차대한 정책적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면서 그 둘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별도로 교육부에 신청하겠단다. 해석하기에 따라 항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최근 윤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이재명 대표도 협치를 내세우며 도울 일은 돕겠다고 나선 터라 더욱 볼썽사납다.
지금의 순천대 전체를 다시 한번 더 짓는 것보다 국가 재정이 더 드는 의과대학의 신설 문제는, 그래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정치의 영역이지 행정의 영역이 아니다. '정치'에서 결정하면 '행정'은 이행만 잘 하면 된다. 그래서 김문수 국회의원 당선인이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했다. 전남대병원의 분원을 추진중인 여수의 주철현 의원, 조계원 당선인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게 바로 핵심이다.
순천 인근의 여수, 광양의 시장이 언로가 없어서 말하지 않는 게 아니다. 정치가가 아닌 시장들까지 설치고 나서면 오히려 유치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행정이 정치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 보여주기식의 행정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든지 자신의 정치적 손익을 떠나 김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는 여론이 지역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순천대는 의,치,한,수의대가 없어 명목상으로는 University(종합대학교)라고 불리고 있으나 사실상 College(단과대학)이다. 이처럼 엄밀한 의미에서 College인 순천대에 의과대학이 유치되면 순천대의 위상이 수직 상승하여,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Uniiversity가 되는 것이어서 순천대는 우리나라의 유수의 명문 대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인바, 그러려면 정부(대통령)의 지침(지시)에 충실하여 그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시에 반 하겠다는 것은 유치가 안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누구한테가 정치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누군가는 정치적 반사 이득을 보려는 의도에서 선제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게 아닌가 싶은데, 시민들이 공감할까 싶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되 안되면 그것 또한 하늘의 뜻이다. '땡깡'이 능사가 아니다.
김영록 지사의 공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의대 유치 문제를 지혜롭게 풀려면 여수지역 국회의원(2명)의 도움이 긴요하므로 여수와 윈윈하자는 김문수 국회의원 당선인의 의견이 맘에 들지 않아서인지, 어찌되었든 순천시장과 순천대총장은 대오에서 이탈했다. 순천시장과 순천대총장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으나, 유치에 전략적으로 충실을 기하려하지 않고 진행중인 절차에서 하차하는 등 자중지란을 빚어 나중에 순천은 커녕 목포에조차 유치가 안돼 전남의대 유치 사업 자체가 좌초된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 방식이 이름하여 '순천식'이라는데, 베일에 쌓인 그 순천식이라는 게 오픈을 하지 않으니 도무지 알 방법이 없어 시민들과 순천대 동문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차에 순천시장 노관규가 입을 벌렸는데, 가히 가관이다.
그는 "의대가 유치가 안될 경우 희생양으로 순천을 택하고 싶은 분들은 빨리 그 생각 포기하시라"라고 했는데, 시민들은 희생양보다 의대 유치가 안되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득을 볼 사람이 누군인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
본 기자는, 미우나 고우나 윤 대통령이 낸 전남 의대 유치의 시험범위가 1p~50p까지이므로 이 범위내에서 착실히 공부하여 반드시 유치 하자는 의견으로, 경쟁자 잘 되는 꼴 뵈기 싫어 어긋난 돼지 발톱 마냥 시험범위도 아닌 곳을 설치다 '빵점' 받아 순천도 목포도 다 물 건너가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