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회고해보자. 현직에서 정치를 하면서도 "돈을 벌려면 장사를 해야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고인의 유산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세력으로부터 이런저런 낭설이 무수히 회자되었지만 모두 다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일찍부터 정치 지망자들에게 '공적 의식 함양'을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분은 분명 시대를 앞선 선지자였다.
순천을 살펴보자. 순천은 고려시대 (충렬왕 때) 최석 부사가 으레이 받아야 할 말 여덟 필을 귀경한 후 돌려준 데에서 유래되어 청렴의 상징적인 고장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그런데 지방자체제 도입 이래 시장(부사)을 직선으로 선출한 이후 가장 부패하고 탈 많고 고소 고발이 난무한 도시로 몰락하여, 그야말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어 팔마비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어 부끄러움은 아무 잘 못 없는 시민들의 몫이 됐다.
그런데, 다행히 순천에도 관직에 오르기전부터 화려함과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어 청렴도 사치일 정도로, 삶 그 자체가 청빈한 정치인이 있다. 바로 지난 총선에서 순천...(갑)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김문수가 그 주인공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적 의식 함양'이라는 어휘를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이는 김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체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유독 강조하는 것이라 공간적 시간적 개념을 떠나 정치인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으로 궤를 같이 한다고 여겨진다.
당선 후 의원실 관계자가 여러 번 차 한 잔 마시게 들리라는 초청을 애써 외면하다가 석 달 쯤 지난 며칠 전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의 유세 취재 차 들렸더니, 큰 건물 구석진 모퉁이에 위치한 사무실에 으리번쩍한 집기들은 여전히 없었다. 필자가 고마워해야 할 것도 아니지만 고맙게 느껴졌다. 당선되기 전이나 당선된 후가 똑 같아서이다. 예의 겸손한 모습도. 그야말로 청렴을 넘어 청빈, 그 자체였다.
그런데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으로 받은 후원금은 공적활동으로 쓰지만, 이와 별도로 의정활동으로 받게 되는 자신의 월급(속칭, 세비)은 여러 군데, 그야말로 목구멍에 풀칠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기부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굳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이처럼 김 의원은 시대정신에 충실하고자 더불어 사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새로운 기부문화에 신기원을 열고 있던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