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여 여당을 참패케 한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의대 증설과 증원을 모두 백지화하고 제 정당을 포함한 국민적 동의를 구한 후 원점에서 새로이 추진해야 한다.
이에 국가를 이루는 3요소 중 하나인 국민은 각각의 소중한 주권을 투표용지에 헌법적 가치와 함께 담아 준엄하게 이행의 명령을 윤 대통령에게 내렸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본질을 호도한 선거용이라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대표의 의견이 옳다고 4.10.에 인정했다.
14만을 헤아리는 의사와 2만의 의대생을 한낱 돈벌레로 인식하게 한 분노의 여파가 여당의 참패와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윤정부의 식물화를 초래했다. 윤 대통령은 참패한 이튿날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전을 위하겠다"고 의료계와 대타협 가능성을 내비쳐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자는 없듯이 윤 대통령 역시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를 것으로 기대되는 바, 이는 그동안 의사단체간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던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인식의 전환을 통해 변곡점을 마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2000명 고수론에서 발을 빼지도 옮기지도 못하고 애매하게 처신하다가 선거에서 참패한 후, 죽어 저승 맛을 알아 이제야 비로소 민의를 수용하는 형태로 '가짜 의료개혁'을 포기하고 야당의 의사를 수용하는 형태로 국민적 불만을 잠 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있었던 터에 야당의 의견 제시는 발을 빼는데 명분을 제공하는 모양새라 윤 대통령은 구세주 이재명 대표가 매우 고마울 것이다.
이 대표는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피해와 환자들의 고통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각계가 참여한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하며 "400~500명이 적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의도야 어디에 있었든 의정 갈등의 피로감은 결국 국민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라 끌면 끌수록 윤 대통령은 정권재창출은 커녕 헤어날 수 없는 레임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연인인 대통령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헌법기관인 대통령의 불행이어서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더 늦지 않게, 의대 증원에는 동의하되 2000명은 과도하므로 현재 의대 정원의 약 10%를 상회하는 400~500명선이 현실적이다고 말한 이 대표의 의견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대타협을 해야 한다. 어차피 정국의 주도권은 이 대표에게 넘어갔고 현실을 부인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표심이 '가짜 의료개혁'과 연동되어 나타났으므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윤 대통령 못지 않게 표심이 연동되어 나타난 순천'암공장'사태도 '가짜 의료개혁'과 본질이 결코 다르지 않다.
의료계는 전열을 재정비하여 정부와 타협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점입가경인데, 특히 의료계의 대표적 초강경파로 알려진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5월은 이미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던 노동계의 춘투와 맞물리는 시점이라 이래저래 정치력 없는 고집불통 윤 대통령에게 2년 전 쯤의 화려했던 날들은 가고 시들은 장밋꽃 마냥 볼품 없어져 한숨만 늘어가는 날이 연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