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때부터 마음은 이미 순천을 떠났어요. 취업이 안 돼서가 아니라, 여기서 구할 생각이 없습니다.”
중앙로에서 만난 순천대 4학년 김모(26) 씨의 말은 담담했지만 단호했다. 졸업 후 서울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떠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웃었다. “경력을 설계할 그림이 안 보여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순천시 총인구는 2021년 12월 28만 1,436명에서 2025년 12월 27만 5,492명으로 5,944명(△2.1%) 감소했다.
그러나 더 빠르게 줄어든 것은 청년층이었다. 순천시 청년 기본 조례 기준 청년인 18~45세의 인구는 같은 기간 8,501명(△8.5%) 감소했다. 청년기본법 기준 청년(19~34세)도 4,679명(△8.5%) 줄었다. 총인구 감소 속도의 네 배다.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6만 8,248명에서 8만 41명으로 17.1% 증가했다. 도시의 무게 중심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순천역 인근 청춘창고.
2017년 개장 당시 연 12만 명이 찾던 이 곳은 3·1절 연휴임에도 조용했다. 몇몇 점포는 불이 꺼져 있었다.
“예전엔 친구들 만나면 여기로 왔죠. 요즘은 굳이 올 이유가 없어요.”
이곳에서 만난 이모(28) 씨의 말은 무심했다. 하지만 그 무심함이 도시의 온도를 설명하고 있었다. 공간은 남아 있고 간판도 그대로였지만, 그 공간을 채울 청년은 줄고 있다. 청년이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과 소비, 출산과 문화활동이 줄어드는 일이다. 청년이 떠난 빈 자리는 그래서 더욱 크게 보였다.
신대지구마저 흔들렸다
해룡면 신대지구는 광양·여수 종사자 주거 수요를 흡수하며 ‘인구 34만 순천’의 거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21년 12월 3만 3,227명이던 인구는 2025년 12월 3만 2,654명으로 573명(△1.7%) 줄었다. 18~45세 청년인구 감소는 더 커서 순천시(△8.5%)와 거의 같은 8.3%(△1,244명) 감소율을 보였다.
광양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금 신대에서 출퇴근하지만, 회사 사정이 불안해 광양으로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베드타운은 산업이 안정될 때만 유지된다. 외부 산업이 흔들리면 주거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순천시 실업률 3.4%, 전남 최고
국가데이터처가 2월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순천시 실업률은 3.4%로 전남 22개 시·군 중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만15~64세의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한 비율을 말한다.
3.4% 실업률은 실질적인 실업률을 나타내는 체감실업률에 비해 훨씬 낮다. 3.4%의 실업자는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던 사람이며, 조사기간 동안 1주에 단 1시간이라도 일했으면 실업자에서 제외된다.
고용구조의 취약성도 실업률을 높였다. 순천에 거주하는 취업자 중 29.1%는 광양·여수 등 외부로 출퇴근한다. 지역 내에서 일하는 비율은 70.9%에 그쳤다. 여수시 98.6%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지역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지역활동인구 비중도 86.4%로 전국 시 평균인 96.8%보다 10.4%포인트 낮다. 순천 거주자들이 경제활동을 할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취업자 산업구조에서는 건설업 비중이 10.5%로 전남 최고 수준이다. 일시적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조다.
정원이 일자리·주거를 대체하지 못한다
순천시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생태도시·정원도시·정주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그러나 박람회 이후에도 인구 감소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정원은 아름답죠. 하지만 정원일뿐이에요”
만나본 청년 중에 정원 때문에, 정원이 아름다워서 순천에 살겠다는 청년은 없었다. 정원과 축제는 방문 이유는 되었지만, 거주 이유는 되지 못했다. 경력을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 감당 가능한 주거비, 직주근접, 미래에 대한 기대감.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도시는 여행지로 남는다.
오하근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예비후보는 “청년 8,500명이 떠났다는 것은 도시의 미래가 빠져나갔다는 뜻”이라며 “정원과 구호가 아니라 연봉이 오르고 경력이 쌓이는 일자리, 집값 부담을 낮추는 주거 대책, 그리고 10년 뒤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년에 순천을 떠난다. 그가 비워두고 갈 자리에는 또 하나의 숫자가 더해진다. 그러나 그 숫자는 이 도시에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웠을지도 모를 한 사람의 시간이다.
몇 해가 지나 서울에서의 삶에 익숙해진 김 씨가 문득 순천을 떠올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 이 도시는 그에게 다시 돌아올 이유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