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사회/문화 > 사회 기사 제목:

미국 ICE는 어떻게 사람을 ‘데이터’로 체포하는가

2026-02-27 21:25 | 입력 : 조성진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얼굴 한 장, 번호판 한 줄, 위치 데이터 하나로 시작되는 단속의 알고리즘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엘카미노 도로. 주말마다 “ICE OUT”이라고 적힌 팻말이 등장한다. 겉으로는 이민 단속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선 다른 긴장이 흐른다. 단속의 핵심이 ‘요원’이 아니라 ‘기술’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은 최근 몇 년 사이 얼굴 인식, 차량 번호판 인식(ALPR), 상업용 위치 데이터, AI 기반 분석 시스템까지 동원해 단속 방식을 정밀화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미등록 이민자뿐 아니라 시위 참가자와 일반 시민까지 추적할 수 있다.

얼굴 한 장이면 끝나는 신원 확인

ICE 요원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시스템 ‘포티파이(Fortify)’는 현장에서 얼굴·지문·홍채를 스캔하면 즉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다. 알고리즘은 눈·코·입의 위치와 비율을 수치화해 수백만 건의 생체 정보와 비교한다.

이 과정에는 일본 NEC의 얼굴 인식 엔진과,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 수십억 장을 수집해온 클리어뷰 AI(Clearview AI)의 데이터베이스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한 장만으로 소셜미디어 기록과 온라인 흔적까지 찾아낸다.

알고리즘이 ‘외국인’ 혹은 ‘추방 대상’으로 분류하면, 그 판단이 사실상 ‘결정적 근거’처럼 작동한다. 확률값이 현장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번호판, 그리고 동선의 지도

도로 위에서는 ALPR(자동번호판인식)이 작동한다. 고속 카메라가 지나가는 차량을 촬영하고, OCR 기술로 번호판을 텍스트화해 “언제, 어디를 지났는지” 기록한다. 특정 범죄 차량이 아니라, 지나가는 모든 차량의 동선이 데이터로 축적된다. 시간이 쌓이면 개인의 이동 패턴이 드러난다.

ICE는 자체 데이터뿐 아니라 렉시스넥시스, 톰슨로이터, 에퀴팩스 같은 민간 데이터 기업의 상업 정보도 활용한다. 주소 이력, 전화번호, 법원 기록, 신용·고용 정보까지 결합하면 한 사람의 사회적 관계망과 이동 경로가 입체적으로 재구성된다.

휴대폰을 속이는 ‘가짜 기지국’

‘셀사이트 시뮬레이터(Stingray)’로 불리는 장비는 가짜 기지국처럼 작동한다. 주변 휴대폰이 더 강한 신호로 인식해 접속하면, 수사기관은 특정 구역 내 단말 목록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상업용 위치 데이터가 더해진다. 날씨·게임·운동 앱이 수집한 위치 정보는 데이터 브로커를 거쳐 거대한 위치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정부는 영장이 필요하지만, 민간 데이터는 구독 방식으로 접근 가능하다. “특정 시간, 특정 동네의 휴대폰을 모두 보여달라”는 식의 요청이 가능해진다.

단속의 운영체제, 팔란티어

ICE 단속의 심장부로 지목되는 기업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다.

팔란티어의 ICM(Investigative Case Management)은 이민 기록, 출입국 정보, 형사 기록, 차량·주소 데이터, 상업 정보까지 하나의 ‘케이스 파일’로 통합한다.

분석 플랫폼 ‘Falcon’은 이를 그래프로 시각화해 가족·동거인·직장 동료·공유 주소 인물까지 연결한다. 한 명의 대상이 네트워크 전체로 확장되는 구조다.

최근 논란이 된 ‘ELITE(Enhanced Leads & Targeting for Enforcement)’ 시스템은 어느 도시, 어느 주소를 먼저 단속할지 지도 위에 우선순위로 제시한다. ICE는 “최종 결정은 사람”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선 알고리즘 추천이 작전 기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추가됐다. 다국어 제보를 자동 번역·요약하고 긴급성을 분류한다. 하루 수천 건의 신고가 AI를 거쳐 ‘타깃 리드 패키지’로 재편된다.

확률이 ‘사실’이 되는 순간

ICE의 기술은 정답이 아니라 확률을 제시한다. 얼굴 인식은 “이 사람일 가능성”, 위치 데이터는 “이 범위에 있었을 가능성”, 번호판 기록은 “이 지역을 지나갔다는 기록”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여러 시스템이 겹치면서 하나의 ‘의심 서사’가 완성된다. 확률은 판단으로, 추천은 근거로 바뀐다. 한 번 형성된 의심은 다음 단속의 출발점이 된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과 속도로 사람을 겨냥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단속은 더 정밀해졌지만, 동시에 더 논쟁적이 됐다. 논쟁의 핵심은 알고리즘이 어디까지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가에 있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동부뉴스 & www.db24.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조성진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헤드라인 기사
사회
전남 경제, 전국 회복 흐름과 엇갈려…생산·수출 감소로 구조적 한계 드러나
김천의 아름다운 밤 ‘오삼 아지트’ 오픈
의정부문화재단, 대형 창작 뮤지컬 '시작, The Beginning' 제작 발표회 성료
‘2026년 영도구 청학2동 병오년 지신밟기 행사’ 개최
강릉시, 제39회 강원특별자치도 농아인 민속놀이대회 개최
전남대, 5·18의 시작과 현장을 하나로 잇다
동부뉴스로고

발행인 : 조성진 | 주소 : 전남 순천시 신월큰길 19, 3층 | 대표번호 : 010-9270-9471
편집인 : 조성진,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민재 | 언론사명 : 동부뉴스
등록번호 : 전남, 아00577 | 등록일 : 2025.05.14 | 발행일자 :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