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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패권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2026-03-07 23:47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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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인공섬 근처의 한 호텔 주변에 미사일 파편이 떨어졌다  사진MBC뉴스
두바이 인공섬 근처의 한 호텔 주변에 미사일 파편이 떨어졌다. 사진=MBC뉴스

핵심부터 말하면,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동의 패권 질서는 “이란 견제형 안보질서”로 더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 그리고 생존을 위해 더 강한 외부 안보 보장을 찾는 걸프 국가들이 놓이게 됩니다. 

반대로 이란은 주변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급격히 잃고 있습니다. 이미 AP와 Reuters 보도를 보면 이란의 공격이 바레인·사우디·UAE(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까지 번졌고, 카타르와 UAE는 대규모 요격에 나섰으며, 사우디도 유전과 미군 주둔 기지를 향한 위협에 대응했습니다. 카타르 LNG 생산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차질은 이 전쟁이 단지 이란·이스라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에너지·물류 질서 문제로 번졌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틀에서 보면, 중동의 패권 변화는 첫째 “이란-아랍 화해 국면의 붕괴”, 둘째 “이스라엘의 전략적 우위 고착”, 셋째 “걸프의 재무장과 외부동맹 다변화”, 넷째 “미국의 직접 지배보다 원격 통제 강화”라는 네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은 더 이상 “관리 가능한 지역 행위자”가 아니라 아랍 이웃들의 직접적 군사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전쟁 전까지 일부 걸프 국가들이 시도했던 실용적 화해와 긴장완화는 크게 후퇴하고, 앞으로는 대화보다 억지력과 미사일 방어, 정보공유, 해상안보 협력이 우선되는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이 변화의 최대 수혜자는 현재로선 이스라엘입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2026년 2월 28일 공동 군사작전을 개시했고, 그 결과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습니다. 그 뒤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군사시설·지도부·핵 관련 역량을 겨냥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타격 규모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중동 어디든 장거리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더 굳혔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헤즈볼라, 시리아 축, 그리고 이번에는 이란 본토까지 연결된 위협망을 상대로 선제적·원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이는 전후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발언권을 군사적으로 더 키울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도 중동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군사 패권과 정치적 정당성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공격을 겪으면서 이스라엘과의 안보 공조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자국 여론과 팔레스타인 문제 때문에 공개적 밀착에는 여전히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후 질서는 공개된 친이스라엘 블록보다는, 대이란 방공·정보·해상 협력을 중심으로 한 조용한 실무 연대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걸프 국가들의 입장에서 가장 큰 교훈은 분명합니다. 그들은 그동안 “이란과의 전면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현실주의를 택했지만, 이번에는 이란이 직접 자국 영토와 에너지 인프라, 공항, 항만, 항로를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Reuters에 따르면 UAE에서는 196기의 탄도미사일과 1,072기의 드론이 탐지됐고, 카타르도 101기의 탄도미사일과 39기의 드론, 그리고 SU-24 전투기 2대를 요격했다고 집계했습니다. AP는 사우디가 샤이바 유전으로 향하던 드론과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방향 탄도미사일을 격추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전후 걸프 국가들이 “경제국가”에서 “요새국가”로 더 이동하게 만들 것입니다. 즉, 항만·공항·에너지시설 방호, 통합방공망, 대드론 체계, 미사일 방어, 해군 호위, 사이버방어 투자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위치는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태를 바꿔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과거처럼 대규모 지상군으로 지역 질서를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무기체계·정보·방공·해상통제·후방지원으로 질서를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국내에서도 무기한 개입이나 지상군 파병 지지는 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워싱턴은 “점령”보다 “원격 통제”, “직접 통치”보다 “동맹국 전력 증강”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이 전면의 창이라면, 미국은 뒤의 방패와 무기고 역할을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이란 쪽을 보면, 군사적으로 완전히 승리하기는 어렵더라도 질서를 교란하는 능력은 여전히 큽니다. 호르무즈 해협 차질과 카타르 LNG 생산 중단만으로도 유럽·아시아 가스 가격과 해상운임이 급등했고, Barclays는 긴장이 몇 주 더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비료 공급과 항공 네트워크까지 흔들리고 있어, 이란은 “상대를 이길 수는 없어도 모두를 아프게 할 수는 있다”는 전략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후 중동 질서는 더 군사화되겠지만, 동시에 더 불안정한 “고비용 안보체제”가 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고 이란 체제가 곧 무너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Reuters와 AP에 따르면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은 3인 지도위원회 체제로 넘어갔고, 강경 성직자들은 새 최고지도자 선출을 서두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폭격이 내부 불만을 자동으로 체제붕괴로 연결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대체로 일치된 견해입니다. 정권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조차 외부 공격 앞에서는 일시적으로 체제 주변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후 가장 현실적인 전망은 즉각적 민주화보다 약화된 혁명수비대 중심의 안보국가화 혹은 강경파 중심의 재정비에 더 가깝습니다.

결국 중동의 패권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란이 겁을 줄 수는 있어도, 질서를 설계하는 쪽은 미국-이스라엘-걸프 안보축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 축은 완전한 단일동맹은 아니지만, 공통의 적과 공통의 취약점 때문에 더 촘촘해질 것입니다. 

사우디-파키스탄 상호방위협정, UAE-인도 방위협력 강화 같은 움직임도 이런 흐름의 일부입니다. 즉, 전후 중동은 미국 단극체제로 되돌아가기보다는 이스라엘의 군사우위, 미국의 후방통제, 걸프의 재무장, 이란의 교란능력이 공존하는 새로운 다층 질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구조에서 이란은 패권국이 아니라 상시적 위협 요인, 이스라엘은 최강의 군사행위자, 걸프는 방어적 중추, 미국은 최종 보증자가 됩니다.

우리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변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란 내부의 권력 방향입니다.

전쟁 이후 이란 지도부가 어떤 길을 택하느냐입니다. 혁명수비대 같은 강경 세력이 더 힘을 쥐면, 이란은 지금보다 더 공격적이고 대외 충돌이 잦은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지도부가 상황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움직이면, 긴장은 조금씩 완화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란이 더 강경해지느냐, 아니면 숨을 고르느냐의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입니다.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들은 이란의 위협 때문에 이스라엘과 안보 협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협력이 얼마나 공개적으로 드러나느냐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만약 협력이 공개적으로 확대된다면 중동에는 사실상 ‘이란을 막기 위한 안보 블록’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선택입니다.

미국이 이란 정권을 바꾸려고 장기적으로 개입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수준의 압박만 하고 물러설 것인지입니다. 미국이 깊이 개입하면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어느 선에서 멈추면 긴장이 일정 수준에서 관리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중동의 미래는 이 세 가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란이 더 강경해지고, 걸프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더 가까워지고, 미국이 강하게 개입하면 중동은 뚜렷한 대립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쉽게 말해 “이란을 막기 위한 안보 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동맹도 분명하지 않고 갈등만 계속되는 불안정한 중동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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