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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뒤집혔어요" 김문수 의원이 말하는 순천 대역전 드라마

2026-06-07 17:08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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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p 뒤지다 6%p 역전, 18%p 대반전

김문수 국회의원과 손훈모 순천시장 당선자는 6일 여순항쟁탑을 찾아 헌화했다  사진김문수의원 페이스북
김문수 국회의원과 손훈모 순천시장 당선자는 6일 여순항쟁탑을 찾아 헌화했다. 사진=김문수의원 페이스북

[동부뉴스=조성진 기자] 6월 6일 현충일 오전 순천 연향동의 한 식당. 서울에서 일찌감치 내려온 김문수 국회의원은 식당에 들어오기 전 이미 국가정원 현충정원과 여순항쟁탑을 다녀온 뒤였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하루는 서울보다 지역에서 더 분주하다.

김문수 의원과 마주 앉았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눈에 띄게 하얘진 머리카락이었다. "더 하얘지셨네요. 어려운 선거 치르시느라 고생하신 것 같아요."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죠. 유전적 영향도 있어요. 아버지 닮아 흰 머리가 많은 편이죠." 선거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그 흰 머리가 이번 선거의 무게를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 한국갤럽을 포함한 네 기관의 순천시장 선거 여론조사가 있었다. 평균 격차는 12%포인트. 노관규 후보의 우세를 가리켰다. 선거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자 “선거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2%p 차이가 났어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문수 “저도 5월 27일 KBS·한국갤럽과 28일 KIR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아, 이거는 졌다. 뒤집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 했어요.”

김문수 의원 본인도 졌다고 생각했다. 여론조사가 맞는다면 당연한 판단이었다. 노관규 캠프도 마찬가지였다. 투표일까지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론조사는 양쪽 캠프의 전략 판단을 동시에 지배하고 있었다.

정청래대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0월 30일 순천시를 방문해 지원유세를 했다.  사진=김문수의원 페이스북

그러나 김문수 의원은 단순히 '최선을 다하자'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의 말에는 오래 전부터 설계된 구상이 녹아 있었다.

김문수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큰 바람이 불면 민주당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그 흐름을 활용하되, 노관규 후보와 대립 구도를 이어가도록 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욕을 먹더라도 선거 때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봤습니다. 국회의원과 갈등을 빚은 후보가 시장이 되면 지역 발전에 불리하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갖게 되니까요.”

주변에서는 말렸다. 서울 민주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충고했다.

김문수 “선배 의원들이 그러더라고요. 노관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괜히 싸우면 안 된다, 사이좋게 지내는 게 김문수 본인한테도 이롭다고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그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김문수 의원은 다른 판단을 했다. 상대가 오히려 대립각을 세워주면서 전략적으로 수월해졌다고 했다.

김문수 “제가 대립각을 세우려 해도 상대방이 달래면서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면 받아줄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상대방에서 저를 무시하고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 저는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그 갈등 구도가 저한테 유리하게 작용하거든요.”

동시에 그는 악역을 자처했다. 손훈모 후보가 직접 나서서 싸우면 이미지 감점이 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김문수 “이왕 공세를 펼치는 거 제가 앞에서 하고, 손훈모 후보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표를 가져가는 역할 분담을 생각했어요. 후보가 직접 강하게 나서면 오히려 역풍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계획에 없던 일이 터졌다. 그것도 두 번이나.

김문수 “삐거덕거리는 일이 두 번 있었어요. 먼저 오하근 후보를 빼고 세 후보만 원팀 구도를 가져가는 상황이 한 번 있었고, 그다음에 손훈모 후보 선대위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까지 터졌어요. 이 두 가지는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다시 지겠구나 싶어서 절망스러웠어요.”

손훈모 후보 측 선대위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이 터졌을 때, 김문수 의원도 크게 실망했다.

김문수 “손훈모 후보 측 일이 터졌을 때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저는 주변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늘 당부해왔거든요.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답답했습니다.”

여론조사는 이 시점의 타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5월 7일 KIR 조사에서 손훈모는 32.0%까지 떨어졌다. 성범죄 변호 논란까지 겹치면서 5월 21일 이후 33~35%대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여론조사 수치만 보면, 게임은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노관규 녹취가 터졌다

김문수 “그런데 웬걸, 노관규 후보 녹취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정말 드라마보다 더한 전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이었던 것은 노관규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발언한 내용이었다.

기자 “노관규 후보의 이재명 대통령 관련 발언이 담긴 녹취가 컸더라구요. 5월 24일 뉴탐사에서 “윤 당선됐으면” “이재명 꼬꾸라졌으면” 제목의 노관규 녹취가 담긴 유튜브 방송 조회수가 5만회를 넘었어요.

녹취 영상이 처음부터 폭발한 것은 아니었다. 지역 언론과 뉴탐사에서 5월 24일에 먼저 방영했지만 순천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지 않았다. 변화는 5월 27일 김문수 의원의 국회 기자회견 이후 일어났다.

김문수 의원은 5월 27일 국회에서 노관규 후보에 대한 의혹 해명과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김문수 의원은 5월 27일 국회에서 노관규 후보에 대한 의혹 해명과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5월 27일 김문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노관규 후보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 배신 발언, 관권· 금품선거 의혹, 재산 신고 7억 누락·축소 의혹에 대한 즉각 해명과 사퇴를 요구했다.

기자 “처음에 지역언론과 뉴탐사에서 5월 24일 방영을 했는데 그때까지는 별로 크게 영향을 못 줬어요. 국회에서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부터 조회수가 급증했더라고요.”

5월 27일 오마이TV가 방영한 김문수 의원 기자회견은 조회수 8만회, 오후에 출연한 스픽스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5만회를 넘었다. 이어 28일 뉴탐사가 쇼츠로 제작한 ‘이재명 꼬꾸라졌으면” 유튜브 영상은 44만회를 기록했다.

김문수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니까 파급력이 달랐던 것 같아요. 녹취만 돌아다닐 때는 사람들이 AI로 만든 가짜 아니냐고 의심하더라고요. 그런데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서 사실이라고 하니까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겠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면서 신뢰가 생기고 다시 여론이 돌아온 것 같아요.”

공표금지 시작 하루 전, 사전투표 이틀 전에 이루어진 김문수 의원의 기자회견 타이밍은 절묘했고 순천시민의 반응을 반전시킨 기폭제가 됐다. 여론조사는 금지됐지만 유튜브는 멈추지 않았다. 여론조사 응답을 꺼려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소에서 비로소 자신의 선택을 드러냈다. 본지가 25~28% 사전투표율을 예상했지만 이를 훨씬 넘은 31.7%를 기록했다.

선거 당일, 김문수 의원은 이길 수 있다는 신호를 현장에서 감지했다.

김문수 “현장 분위기가 괜찮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보통 선거 때는 지지자들이 큰소리로 자신감을 표현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투표하겠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일종의 '샤이 손훈모' 현상이랄까요. 손훈모 후보 관련 논란이 있다 보니 대놓고 말하기는 부담스러웠던 거죠.”

그리고 선거 당일 투표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문수 “투표율이 올라가는데 여수보다 6%p 이상 높았어요. 순천은 2022년과 비교해 11%p 높고요. 그러면서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11%p가 더 찍었다면, 그분들이 대부분 1번을 찍어주신 거라 보면 뒤집힐 수 있겠다 싶었죠. 막판에 '이대로 노관규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투표장을 찾은 분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것 같아요.”

기자 “저도 주변 민심을 보니까, 노관규는 당연히 안 찍겠다는 분들이 손훈모도 논란이 생기니까 이성수를 찍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투표 당일 마음이 바뀌었다는 분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이성수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 표가 손훈모에게 간 거죠.”

김문수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녹취 공개로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거죠. 경선이 확정된 직후 조사에서 6%p 앞섰던 그 때로”

원위치. 손훈모가 순천시장 후보로 확정된 후 4월 23일 데일리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손훈모 후보는 40.3%로 노관규 후보(33.9%)를 6.4%p 앞섰다. 그리고 6월 3일 실제 결과는 손훈모가 46.21%를 득표해 노관규 후보(40.21%)를 6%p 이겼다.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다.

개표 초반, 손훈모 후보는 읍면에서 앞서며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인구 밀집 지역인 해룡 표가 열리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문수 “해룡에서는 뒤졌어요. 인구가 워낙 많은 지역이라 아찔하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 2천 표 차이로 졌고, 그전에 이미 만 표를 이겨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괜찮았어요. 결과적으로 해룡에서도 선방한 거예요.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해룡은 노관규 후보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다. 도시 개발과 함께 급성장한 신도시 지역으로, 노관규 시정의 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한 곳이기도 하다. 거기서 2천 표 차로 졌다는 것은 노관규 캠프에게는 아쉬움이고, 손훈모에게는 선방이었다.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 방법론에도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4월 23일 조사를 제외하고 모든 공표 조사에서 노관규가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그런데 투표함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자 “18%p 역전 사례는 역사상 없어요.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17%p 오차가 있었는데 그게 국내 최고였거든요. 이번 순천이 그것마저 넘는 수준입니다.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예요.”

손훈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노관규 무소속 후보를 누르고 순천시장에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단순 오차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중첩된 결과로 본다.

먼저 표본 구성 문제다. 공개된 조사들을 보면 민주당 지지층 비율이 실제 지역 정치 지형에 비해 적게 반영된 반면, 무당층과 보수 성향 응답 비중이 높게 나타난 조사들이 존재했다. 여러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70% 안팎으로 높게 나왔지만, 손훈모 후보 지지율은 30%대에 머무르는 이례적 현상이 반복됐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일수록 여론조사 응답을 기피하는 반면, 현직 시장 지지층은 자신의 선호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안에 신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5월 26일 KIR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내 손훈모 적합도는 44.3%, 노관규 적합도는 44.5%로 사실상 동률이었다. 5월 25~2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도덕성·청렴성’을 기준으로 삼는 유권자층에서 손훈모 지지가 34.1%로 노관규(29.1%)를 앞섰다. 이 신호들은 공표 금지 이전 데이터 안에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보도는 ‘노관규 1위’라는 단일 헤드라인에 집중했고, 데이터 안의 복합 신호를 읽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공표 금지 기간도 결정적 변수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다. 노관규 후보 녹취 논란, 국회 기자회견, 유튜브 영상 확산, 민주당 지지층 재결집 현상은 모두 이 금지 기간 전후에 집중됐다. 유권자와 언론 모두 마지막 공개 여론조사만을 기준으로 선거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여론조사 자체는 당시의 민심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했지만, 공표가 금지된 마지막 일주일 동안 민심이 급격히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후자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공표 금지 제도 자체일 수 있다.

순천시장 선거는 여론조사의 실패인 동시에, ‘깜깜이 선거’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드라마가 없네"

김문수 “하여간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어요. 정말. 내가 선거의 마법사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다들 많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이게 진짜 김문수가 있어서 된 거다, 그러니 한 번 더 하게 해줘야 되지 않겠냐는 사람들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김문수는 2년간 외로운 싸움을 했다. 주변에서 말렸다. 절망도 했다. 하지만 12%p 뒤진다는 여론조사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6%p로 이겼다. 투표사에 남을 18%p의 역전.

광양, 장흥, 강진, 신안은 졌지만 순천은 이겼다. 이재명이라는 바람은 모두에게 불었다. 차이는 그 바람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했느냐였다.

여론조사가 틀렸는지, 공표 금지 기간에 민심이 움직였는지 그 답은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순천에서 데이터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년을 버텨온 한 명의 국회의원과, 마지막 일주일의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 물론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은 순천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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