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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뭘 했는지 알아"… 테일러 스위프트, NYT 인터뷰서 작곡 철학 공개

2026-05-11 16:02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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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최근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미국 작곡가 30인` 특집에 스위프트를 포함시키며,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팬도, 비평가도, 음악 산업도 수십 년간 논쟁해온 질문, "테일러 스위프트는 진정한 작곡가인가" 에 대해, 그녀는 이날 가장 긴 답변을 내놓았다.

그녀는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모든 답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자신의 노래 하나하나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메모, 팬들이 자신의 작곡에 기대하는 것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지난 20년간의 경력을 관통하는 하나의 확신.

인터뷰에서 그녀가 가장 먼저 꺼낸 것은 2017년 앨범 《Reputation》이었다. 발매 당시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어두운 신디사이저, 공격적인 가사, '착한 테일러'의 완전한 부재. 일부 비평가들은 이 앨범을 그녀의 정체성 혼란으로 읽었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달랐다. "너희들이 하고 싶은 말은 뭐든 해. 난 내가 뭘 했는지 알아. 난 그 앨범을 좋아해." 그녀의 어조에는 방어적인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단단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6, 7년 후에 사람들이 Ready For It?이라는 노래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네, 라고 할 거예요."

실제로 시간은 그녀의 편이었다. 《Reputation》은 이후 팬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재평가됐고, 그녀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녀와 인터뷰를 진행한 ‘팝캐스트’ 공동진행자 조 코스카렐리는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설령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죠. 어차피 저 자신을 위해 한 거니까요." 라고 말했다.

All Too Well 10분 버전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받을 대목은 따로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던 All Too Well 10분 버전의 탄생 비화. 스위프트는 그 녹음 원본이 실제로 사라졌었다고 밝혔다. 이를 공식 석상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년간 팬들은 10분짜리 버전을 내놓으라고 요청했어요. 그래서 저는 예전 일기들을 뒤져보면서 그 내용의 단편적인 조각들을 찾아냈죠. 그런데 예전 버전은 더 이상 제 손에 없었어요." 그녀는 이후 금고를 뒤지고, CD를 찾으려 했고, 결국 가사를 처음부터 다시 맞춰나가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건 제가 지금까지 해본 노래 복원 작업 중 가장 대대적인 작업이었어요."

스위프트는 이 노래가 스튜디오에서 격렬하게 감정을 쏟아내던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끝없이 감정을 쏟아내고, 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이 은유와 토론, 고함과 뒤섞여 나오는 것을 우리는 좋아해요." 말하자면, 10분짜리 All Too Well은 계산된 작품이 아니라 터져 나온 것이었다.

이모 음악이 내 작곡의 뿌리

스위프트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로 이모(emo) 음악을 꼽았다. 의외였다. Emo 음악은 원래 1980년대 미국 하드코어 펑크에서 갈라져 나온 장르로, ‘Emotional Hardcore(감정적인 하드코어)’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음악이다.

초기의 이모는 거칠고 빠른 기타 사운드 속에 외로움, 불안, 상처, 인간관계 같은 개인적 감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후 1990~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멜로디가 더 강조되고 대중적으로 변했고, 록·팝·펑크와 섞이며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컨트리 팝에서 출발해 글로벌 팝 아이콘이 된 그녀가 폴 아웃 보이와 대시보드 컨페셔널을 언급하며 "저는 이모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라고 밝혔을 때, 인터뷰어는 잠시 멈췄다.

그녀는 특히 폴 아웃 보이의 피트 웬츠(Pete Wentz)를 언급하며 그의 작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피트 웬츠는 2000년대 에모(Emo) 문화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단순한 연주자라기보다 밴드의 세계관과 감성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복잡하고 감정적인 가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외로움, 불안, 사랑, 자기혐오 같은 청춘의 감정을 직설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표현해 많은 10~20대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

"폴 아웃 보이의 피트 웬츠의 가사는 흔한 문구를 가져다가 비수를 꽂는 방식이 참 독특해요. 마음을 떨어뜨리고 이름을 부숴버리는 거잖아? 맞아, 이름을 떨어뜨리고 마음을 부숴버리는 거지. 그런 식으로요." 흔한 표현을 뒤집어 의미를 배가시키는 기술. 그리고 그것이 스위프트 자신의 작법에 녹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더불어 그녀는 대시보드 컨페셔널의 앨범 가사를 CD 소책자를 꺼내 한 줄 한 줄 읽던 십대 시절을 회고했다. "그때 내 가사도 저렇게 악보 위에서 생동감 있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 소망은 현실이 됐다. 그녀의 가사는 지금도 전 세계 팬들에 의해 분석되고 인용된다.

22살에 쓴 Nothing New

인터뷰에는 무거운 고백도 있었다. 피비 브리저스와 함께 부른 Nothing New는 스위프트가 22살에 쓴 노래다. 노래의 핵심은 이렇다. 나는 벌써 한물갔고, 곧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것이다. 그 나이에, 이미 슈퍼스타였던 그녀가 느꼈던 불안.

“누군가 그러더군요. 어머, 당신 스물두 살인데 벌써 질렸어? 아직 안 질렸다면, 나중에 질릴 것 같아요?” 그녀는 그 말을 되짚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연예계가 여성에게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 너 뒤에는 언제나 새로운 누군가가 있다는 압박. 

스위프트는 그것을 10년 뒤 Clara Bow라는 곡으로 다시 꺼내 들었다. 넌 다음 테일러 스위프트야. 마치 누군가가 그녀에게 넌 다음 스티비 닉스(Stevie Nicks)야라고 했듯이. 스티비 닉스는 미국 록밴드 Fleetwood Mac의 보컬이자 솔로 가수로, 록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여성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허스키하면서 몽환적인 목소리, 시적인 가사,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긴 숄과 검은 옷을 휘날리며 노래하는 무대 스타일 때문에 “록의 마녀(Witch of Rock)”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지금의 스위프트는 그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말했다. "2010년대는 젊은 여성들에게 힘든 시기였어요." 그 시기를 지나온 그녀는, 이제 그 경험을 노래로 직조해 오히려 시대의 증언자가 됐다.

'왜 댓글을 읽고 있어?'

스위프트는 이날 인터뷰에서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남겼다. "왜 댓글을 읽으세요? 제대로 된 논점도 없는 비판에 너무 많이 파묻히고 있는 거예요." 물론 예외도 있다. "만약 그 내용이 당신에게 흥미로운 주제라면, 오히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일 수 있어요."

스위프트 본인의 얘기이기도 하다.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팬들은 그녀의 모든 가사에서 특정 인물을 추리하려 한다. 그녀는 그 상황을 "마치 친자 확인이라도 하려는 것처럼"이라 표현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녀의 해법은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 노래는 바로 그런 사람에 대한 노래야. 왜냐하면, 저는 이 노래는 그 사람이 쓴 게 아니라 내가 쓴 거야, 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날것의 감정을 보호하는 것이 좋은 노래를 만드는 비결이라고도 했다. "관객을 생각한다는 압박감을 떨쳐내야만 그 감정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어요."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노래는 무뎌진다는 것이다.

취약함이 예술이 될 때

스위프트는 자전적 노래가 여성에게 다르게 소비된다는 점도 짚었다. 고백적이고 취약한 내용을 담은 노래를 남성이 쓰면 진정성이 되고, 여성이 쓰면 사생활 노출이나 남자 이야기로 축소되는 현상. 인터뷰어가 "그 둘 사이에 차이가 있는가"를 묻자, 그녀는 단호했다. "상황이 변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변화의 상당 부분은 제 경력과 예술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레이첼 커스크의 자전 소설, 레나 던햄의 회고록 에세이,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 21세기 여성 예술가들의 고백적 글쓰기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이뤘고, 그 중심에 스위프트가 있었다. 코스카렐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녀는 남녀를 불문하고 예술가들이 무엇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바꿔놓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스위프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로맨스가 제 영감이 되기 전부터 음악이 제 영감이었어요.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이 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소망으로 시작한 소녀는 이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가 됐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뭘 하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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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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