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는 올해 3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나프타 수급 차질로 가동률이 55%까지 떨어졌다. 공장 추가 가동 정지를 검토하고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포스마주르)을 선언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후 정부가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의 50%를 직접 보조하는 정책(추경 6,744억원 규모)을 시행하면서, 이달 10일 가동률을 60%로 1차 상향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이 지난 23일 '중동상황 나프타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하자 이번 추가 상향을 결정했다.
여천NCC는 그리스, 알제리, 나이지리아, 이집트, 오만, 사우디 등으로 나프타 공급처를 다변화하며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회사 측은 "향후 수급 상황과 정부 지원 사항을 종합 고려해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상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90% → 현재 65%
65%라는 수치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과거 수준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국내 NCC 업계의 마지막 호황기인 2021년, 주요 공장 평균 가동률은 90%를 웃돌았다. 당시 국내 석유화학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550억 9,2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여천NCC 연평균 영업이익은 5,500억원대였다.
2022년 이후 중국의 대규모 자체 설비 증설로 국내 석유화학 수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3년간 동북아에서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2배 수준인 2,500만 톤 규모의 설비가 신증설됐고, 국내 NCC 평균 가동률은 70%대로 떨어졌다. 여천NCC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누적 약 8,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중동 사태가 겹치면서 가동률이 55%까지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ICIS는 중동 사태 초기 국내 NCC 평균 가동률이 80% 수준에서 60% 후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가동률이 바닥을 지나 일부 회복 흐름을 보이는 초기 단계"라며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정상적인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추가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익분기점 80%엔 미달…'완전 회복'은 아직
석유화학 업계에서 NCC 손익분기점은 통상 80~85% 수준으로 본다. 현재 65%는 이 기준에 15~20%포인트 못 미친다. 정부도 목표 가동률을 70%로 제시한 상태다.
구조적 배경도 변수다.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는 단기 해결이 어렵다. 외부 회계법인과 주요 전망기관들은 기초유분 가격이 2026~2027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현재 불황이 지속될 경우 3년 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50%만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정부는 NCC 설비 270~370만 톤 감축을 골자로 하는 구조개편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천NCC를 포함한 주요 업체의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 계획서가 이달 제출됐으며, 심사를 거쳐 금융·세제·R&D 지원 패키지가 확정될 예정이다.
순천·광양 협력업체도 주목
여천NCC의 가동률 변화는 공장 소재지인 여수를 넘어 순천·광양 지역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294개 업체가 입주해 약 2만 5,000명이 근무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순천·광양에 거주하며 출퇴근한다.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생활 기반도 이 세 도시에 폭넓게 분포해 있다.
가동률 하락 국면에서 지역경제 타격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여수 도심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분기 12%에서 2025년 2분기 35.1%로 급등했고, 여수·울산·서산 등 석유화학 산단 지역의 세금 수입도 2021~2023년 사이 평균 30% 감소했다. 설비 투자·유지보수 축소가 협력 중소기업과 자영업 생태계까지 압박하는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이번 가동률 상향으로 협력업체 발주가 일부 회복될 경우, 순천과 광양 지역 상권에도 간접적인 온기가 기대된다. 다만 이번 상향이 정부 지원에 따른 단계적 회복인 만큼 지속성 여부는 향후 중동 사태 전개와 나프타 수급 여건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천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한다. 이 원료는 비닐봉지, 페트병, 포장재, 의료용품 등 일상 전반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핵심 소재로, 가동률 회복은 관련 제품의 공급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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