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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소득마을 전초기지 꿈꾸는 순천, 빛 좋은 개살구 되지 않으려면

2026-04-24 16:14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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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월평마을 "햇빛연금 꿈꿨는데 수익 0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가 들어서는 승주읍 평중리  사진MBC 캡처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가 들어서는 승주읍 평중리. 사진=MBC 캡처

지난달 중순,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 간척지. 봄 햇살이 야속할 만큼 쨍쨍했다. 5만㎡ 너른 논 위로 태양광 패널이 가지런히 줄을 이루고 있었지만, 발전기는 침묵했다. 강종오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18억 원짜리 설비를 한참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5월 준공식이 그렇게 성대했는데…. 계통 접속이 될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습니다. 그게 정말 후회됩니다."

준공 1년이 다 되도록 이 마을의 발전 수익은 단 한 푼도 없다. 28가구 전원이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해 '햇빛연금'을 꿈꿨던 전국 최대 규모 주민 주도형 영농형태양광 단지가, 완공된 채로 멈춰 서 있다. 문제는 이것이 월평마을 하나만의 비극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평마을 영농형태양광의 실패 원인은 단순하다. 전력망이 막혔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려면 한국전력의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통해 수요지까지 보내야 한다. 그런데 마을 인근 서영광변전소 준공이 지역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당초 2025~2026년에서 2028년으로 두 해 이상 밀렸다. 호남권 변전소 106곳이 이미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월평마을 1MW 설비는 준공한 날부터 사실상 멈춰 선 것이다.

작년 5월 8일 월평마을 영농형 태양광 1단계 준공식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도지사  사진전남도청
작년 5월 8일 월평마을 영농형 태양광 1단계 준공식이 열렸다.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 사진=전남도청

강 이사장은 고통이 얼마나 일상을 파고드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벼농사를 짓다 보니 농기계로 작업할 때마다 기둥 사이를 피해 다녀야 해서 불편이 큽니다. 기둥이 차지하는 면적만큼 수확량도 줄었어요. 그 불편을 감수하고 사업을 추진한 건 부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계통 연계가 지연되니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한 달에 2,000만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조건으로 계통 연계를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4MW 규모의 저장 용량을 확보하려면 비용만 16억 원이 필요하다. 시공사 측이 '저희가 다 부담하겠다'며 궁여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ESS 조건부 계통 연계 제도 심의는 오는 5월로 예정돼 있어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마을 주민들이 이사장에게 '무능하다'고 쏘아붙이기 시작한 건 그즈음부터였다.

 전남 31곳 중 17곳 관리 엉망 — '희망고문' 10년

영광 월평마을의 충격은 전남 영농형태양광의 현실 전체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전남에는 9개 시·군 31곳에 영농형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으며, 총 2.5MW 용량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그런데 광주일보가 이 31개 단지 전체를 현장 취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7개 단지는 시설 가동은커녕 농작물 재배조차 이뤄지지 않는 들판으로 전락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설비는 고철로 변했고, 일부 단지는 담당 기관조차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실증 사업이 1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맴도는 이유는 정부가 실증 결과를 토대로 영농형태양광을 보급·확산한다는 계획만 세워 놓았을 뿐,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증 과정에서 드러난 법·제도의 미비점도 개선되지 않았다. 합법화와 제도 정비가 전제돼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

순천, 햇빛소득마을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까

정부는 이런 가운데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 2,500곳 조성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공모를 통해 500곳 이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마을 협동조합이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 수익을 주민 복지와 소득으로 환원하는 자립 모델이다. 사업비의 최대 85%까지 정책 융자를 지원하고, 지역 농협 출자를 통해 자부담을 60%까지 낮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순천시는 이 흐름 속에서 실증에 먼저 나섰다. 승주읍 논과 서면 밭 두 곳에 각각 50kW 규모의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생산 전기는 농업기술센터와 농산물가공센터에서 자체 소비할 계획이다. 순천시가 선제적으로 실증에 나선 이유는 실증 데이터가 쌓여야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지원 범위가 명확해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순천을 포함한 전남 지역 전체가 계통 포화 지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는 햇빛소득마을로 지정되면 계통 연계를 우선 배정하는 제도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역설이 있다. 이미 준공된 월평마을처럼 '먼저 지은 자'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존 준공 발전소는 햇빛소득마을 신청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책이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먼저 희생한 사람들이 뒤처지는 형국이다.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목표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김건호 녹색에너지연구원 박사는 "태양광 시설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당초 계획대로 발전 수익이 나지 않으면 주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현재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로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여주시 구양리의 성공 사례를 들며 "토지 확보 비용과 같은 현실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햇빛소득마을 2,500개 조성은 자칫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며 단계적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송택 에코네트워크 연구소장도 "확산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요인은 기술이나 경제성이 아니라 법·제도의 불확실성과 사회적 신뢰 부족"이라며 "기술 문제가 아닌 거버넌스 모델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영농형태양광이 성공하려면 발전 설비 보급과 송전 인프라 확충의 동시 설계, 그리고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협동조합 모델의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월평마을의 비극은 다른 이름으로 반복된다.

마을이 먼저, 숫자는 나중에

2026년 4월 현재, 월평마을의 발전기는 여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강종오 이사장은 마을 주민들의 시선을 버티며 오늘도 변전소 준공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손에는 한전에서 받은 공문 하나가 들려 있다. 서영광변전소 준공 예정은 2028년 6월이라는 한 줄의 문장이 담긴 종이다.

순천을 비롯한 전남의 많은 마을들이 지금 그 공문의 다음 줄을 함께 쓰려 하고 있다. 과연 그 줄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정부가 계속 새 마을을 선정하는 데 쏟는 에너지의 일부를, 이미 시작한 마을들이 실제로 햇빛을 팔 수 있도록 돌리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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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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