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가 느끼는 불안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국 기준으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처음으로 60만 원 선을 넘었다. 학부모의 부담도 문제지만, 사교육비가 월세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오르면서 사교육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교육부·국가데이터처가 올해 3월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그러나 사교육을 계속 받는 학생의 1인당 지출은 되레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이 4.3%p 하락하며 학생 4명 중 1명(24.3%)이 사교육 밖으로 밀려났고, 남은 학생들의 지출 집중도는 더 심화됐다. 하위로의 탈락과 상위로의 집중.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학원비가 월세보다 비싸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월세는 2017년 12월 63만1천 원에서 2025년 12월 82만 원으로 8년 사이 30.0% 올랐다. 같은 기간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8만2천 원에서 60만4천 원으로 58.1% 뛰었다. 학원비 상승 속도가 월세의 약 1.9배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학원비와 월세를 합치면 월 226만 원(고등학생 사교육비 105만4천원 + 평균 월세 121만 원)에 달한다. 그나마 서울은 소득 수준이 받쳐주지만, 지방은 다르다. 전남에서는 고등학생 사교육비(55만2천 원)가 평균 월세(42만1천 원)를 13만1천 원 초과한다. 집 한 채 얻는 비용보다 학원 보내는 비용이 더 많은 셈이다. 전북은 격차가 더 벌어져 사교육 비가 월세보다 18만3천 원 많고, 경북도 6만 원 차이다.
인구 27만5천 명의 순천은 여수·광양과 함께 전남 동부권 삼각축을 이루는 도시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2024년 11월 순천시 아파트 평당가는 907만 원으로 전남 도내 5위, 도 평균(800만 원)보다 12.5% 높다. 신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월세 75만~115만 원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전남 평균보다 훨씬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가구도 적지 않다.
학원비 부담도 전남 평균보다 높다. 순천은 전남 내에서 학원 수가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신대지구 신도심 형성과 함께 학원가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수강료 수준도 도청 소재지 무안이나 목포를 뛰어넘는다고 지역 학부모들은 전한다. 박 씨가 내는 중학생 학원비도 과목당 30~40만 원 수준이다.
순천의 도시 특성도 한몫 한다. 예로부터 행정·교육·서비스업 중심 도시라 중간소득 계층이 두터운 편이다. 사교육을 '안 시키기엔 불안하고, 계속 시키기엔 빠듯한' 계층이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신대지구는 여수와 광양으로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들이 많은 편이라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의 불황은 가계 부담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학원비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면, 그 충격을 가장 정면으로 맞는 건 결국 이 중간층이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전남학생교육수당'을 확대 지급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중학교 1·2학년까지 대상이 넓어졌으며, '전남꿈실현공생카드' 포인트 형태로 학습 관련 비용에 사용 가능하다. 나름의 처방이지만, 지원 규모와 사교육비 연간 지출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6·3 선거, 교육감 후보들의 답은
학부모의 학원비와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6·3 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을 선출한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교육청이 통합되는 역사적 변화로, 초대 교육감의 방향이 순천을 포함한 전남 동부권 교육의 판도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예비후보는 장관호·김대중·이정선·강숙영 4명으로 압축됐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김대중 현 전남교육감은 '학생 생애 성장중심 교육'과 '디지털 인재 10만 양성'을 앞세우며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장관호 후보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연 120만 원 기본교육수당 지원과 '전남광주 교육 교통 PASS' 도입을 공약했다. 현재 전남교육청이 시행 중인 학생교육수당 대비 지원 규모를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12일 전국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9명과 함께 대입자격고사 도입,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 고교 평준화 등을 골자로 한 교육대전환 공동 공약도 발표했다. 이 공약이 실현된다면 박 씨 같은 학부모들이 매달 학원 영수증 앞에서 느끼는 무게감을 조금은 덜 수 있다.
이정선 현 광주교육감 후보는 순천 신대·선월지구 고교 과밀 문제를 학교 신설과 학군 조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AI 튜터·공동교육과정 확대와 '내 집 앞 명문고 10개 육성'을 동부권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숙영 후보는 국가 책임 5일 돌봄학교, 전국 최초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4학년 학제 개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방과후와 보충학습, 학생별 지원체계를 촘촘히 만들어 사교육 수요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방향이다.
‘불안 마케팅’을 이길 공약
박 씨는 이번 달 자녀의 학원 한 곳을 줄일까 고민 중이다. 줄이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남들은 다 보내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원가의 '불안 마케팅'과 학부모 사이 촘촘한 네트워크 속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심리가 사교육을 과열시킨다”고 말했다. 결국 공교육 개선과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교육 정책, 사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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