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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하면 징역 30년”… NYT, LG그룹 비밀녹음 공개

2026-05-06 13:06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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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회장이 지난 4월 LG인화원에서 LG어워즈 수상팀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회장이 지난 4월 LG인화원에서 'LG어워즈' 수상팀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LG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한국 재벌 LG그룹 내부의 비밀 녹음과 차명 주식 의혹, 그리고 이를 둘러싼 창업주 일가의 법적 분쟁을 단독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 LG 회장의 미망인과 두 딸은 구광모 현 회장이 공시된 것보다 약 16억 달러어치 많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불공정한 상속 계약을 받아들이도록 조직적으로 기만당했다고 주장했다. 구광모 회장 본인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신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으로 비밀 녹음에 담겨 있으며, 이 녹음 파일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형사 고발의 핵심 증거가 되고 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을 재구성했다.

2020년 6월의 어느 목요일 오후, 서울 언덕 위 저택 입구 가까이 놓인 긴 나무 탁자 앞에 두 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LG그룹 재무팀 임원들이었다. 창 너머로는 서울 도심이 펼쳐졌고, 정원에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전 LG 회장 구본무 씨가 직접 가꾼 일본식 조경이 계절의 빛을 머금고 있었다.

탁자 맞은편에는 구 회장의 미망인 김영식 여사와 큰딸 구연경 씨가 앉아 있었다. 회의는 표면상 월별 전기요금 점검과 새 쉐보레 밴을 구입할지 임대할지를 논의하는 평범한 재정 검토였다. 그러나 두 여성의 머릿속에는 훨씬 무거운 질문이 있었다. 남편이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LG 주식은 어떤 공식에 따라 가족들에게 나눠진 것인가.
그들이 몰랐던 것은 김 여사가 탁자 아래에서 조용히 녹음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주 그룹이라는 비밀 공식

그날 회의에서 하범종 당시 LG 고위 임원(현 LG그룹 사장)은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놓았다. LG 지분 38%를 포함한 가족 자산 전체가 소수의 인물들로 구성된 이른바 주주 그룹에 의해 통합·관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현 회장 구광모가 실제로 보유한 LG 지분이 공시된 16%가 아닌 약 26%에 달한다는 설명이었다. 그 차이, 약 16억 달러(한화 약 2조 2천억 원)어치의 주식은 다른 가족 명의로 분산·보유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하 씨는 명의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만한 기록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여사의 녹음기는 이 모든 대화를 담았다.

입양과 상속, 회사를 위한 선택

김 여사의 삶은 수십 년간 LG와 구씨 가문이라는 두 축 위에서 돌아갔다. 1994년, 십대의 나이로 아들을 잃은 뒤 부부는 남성 장자 상속 전통을 잇기 위해 다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둘째 딸이 태어나자 남편의 조카인 광모를 입양해 후계자로 내세웠다. 회사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2018년 구본무 회장이 타계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김 여사와 두 딸은 상속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 측이 알려준 내용과 실제 계약서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김 여사는 뉴욕타임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자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다시 광모에게 돌아가 딸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밝혔다.

"30년 징역"…구광모 회장이 직접 언급한 위험

2022년 5월, 김 여사와 딸들이 상속 계약 무효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회의 자리에서 구광모 회장은 직접 경고를 내놓았다. 그 발언 역시 녹음됐고, 뉴욕타임스가 이를 확인했다.

"윗사람들의 이름이 맨 위쪽부터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내부 고발자가 되면 저는 3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구 회장은 이 발언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강유식 전 부회장의 설명

몇 달 뒤 김 여사와 별도로 만난 강유식 전 LG 부회장은 이 구조가 창업주 세대부터 이어온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주주 자산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조정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강 씨는 2025년 1월 소송 증인석에 서자 말을 바꿨다. 구광모 회장이 공시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했는지는 알지 못하며, 차명 주식의 존재도 부인했다. 김 여사와의 대화는 이미 이루어진 사실이 아니라 가족이 나아가야 할 움직이는 목표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 속 그의 목소리는 또 다른 말도 담고 있었다.
"이 문제는 가족 내에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이 일이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질 겁니다."

소송 기각, 그러나 형사 고발로

2023년 김 여사와 두 딸은 상속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구광모 회장이 고인의 유산(약 20억 달러, 한화 약 2조 8천억 원)에서 부당하게 과도한 몫을 가져갔다는 취지였다. 녹음 파일과 함께 수백 페이지의 문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그러나 올해 2월 한국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성들의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고, 주식이 타인 명의로 보유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LG 측 법률 대리인 율촌 법률사무소는 객관적 증거 없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왜곡해서 제시한 것이라며 기각 결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2024년 11월, 김 여사와 큰딸 구연경 씨는 서울중앙지검에 구광모 회장과 그의 친부, 하범종 사장을 포함한 LG 임원들을 상대로 형사 고발장을 접수했다. 명의신탁 주식을 이용한 탈세,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이 핵심 혐의다. 이는 그동안 보도된 바 없는 사실이다.

재벌 관행과 명의신탁의 그늘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한국 재벌 특유의 지배구조 관행인 명의신탁이 있다. 한국은 1993년 금융 거래 시 실명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타인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 서울 원법률사무소의 방민주 변호사는 이 관행이 탈세와 금융 규제 회피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문서가 거의 남지 않고 사실상 묵시적 합의에만 의존한다는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한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명의신탁 주식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최대 5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세계 최고 수준)를 회피하려는 일부 재벌 가문들에게는 여전히 유인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여성들의 주장은 LG 지배구조에 대한 오랜 의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연경 씨는 이 구조가 특정 개인들이 막대한 권력과 부를 축적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고립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며 정당한 상속권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여동생, 어머니와 함께 이 구조의 해체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LG의 반박과 남아 있는 질문들

LG 측 법률 대리인 율촌은 녹음에 대한 직접 답변을 피하면서 여성들이 선별한 일부 단어만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분쟁은 성별과는 무관하며 자유의지에 따른 계약 합의의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차명 주식에 대해서는 부인의 입장을 유지했다.

LG의 주가는 최근 1년 새 약 49%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오른 코스피 지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구씨 일가의 법적 분쟁이 LG의 기업 이미지와 투자 매력도에 미칠 영향도 시장의 관심사다.

형사 고발이 접수된 지금, 검찰이 수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법률 전문가들은 명의신탁 사건은 서면 증거가 희박하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입증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그 목요일 오후, 나무 탁자 위에서 오갔던 대화들은 이제 검찰청 수사 기록으로 향하고 있다. 그 탁자 아래에서 작동하던 녹음기가 결국 한국 최대 재벌 중 하나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가족의 비밀이 어디까지 드러날지, 그 끝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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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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