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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폭력은 느는데… ‘의무’를 ‘재량’으로 바꾸려 한 교육청

2026-10-23 16:44 | 입력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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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조례안서 불법촬영 예방시설 설치·성교육 의무 완화…교육위가 제동
점검 방식도 국장마다 다른 설명…의무 되돌리는 데는 모두 동의

서영배 통합시의원이
서영배 통합시의원(왼쪽)이 불법촬영예방시설설치를 의무에서 임의규정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묻자 박철완 전남광주교육청 인재교육국장이 아무런 말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전남광주통합시의회

“재량으로 이렇게 바꾼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2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서영배 의원이 불법촬영 예방시설 설치를 의무에서 재량으로 바꾼 이유를 물었다. 박철완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인재교육국장은 “서로 논의한 과정 속에서 그렇게 정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이 다시 짚었다. “가림막을 설치해야 '한다'는 건데 '할 수 있다'는 걸로 바꾸는 거잖아요.” 그러고는 재량으로 바꾼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답변이 없었다. “그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에요?” 침묵이 이어졌다. 서 의원은 “그러면 이따 설명해 달라”며 다음 질의로 넘어갔다. 이후 추가 설명은 없었다.

교육청이 통합 조례를 만들면서 불법촬영 예방시설 설치와 성교육 등 기존 의무를 재량으로 낮춰 제출했다가 교육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왜 바꿨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기존 점검사업을 누가 맡는지도 국장마다 답이 달랐다. 그러나 의무로 되돌리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설치한다”를 “설치할 수 있다”로

2023년 6월 제정된 「전라남도교육청 불법촬영 예방 조례」는 교육감이 교육기관 화장실 칸막이의 빈 공간 등에 가림막을 “설치한다”고 규정했다. 화장실·탈의실·샤워실 등의 비상벨도 “설치한다”고 명시했다. 불법촬영기기 설치가 의심되는 장소는 반기마다 정기 점검하도록 했다.

교육청은 통합 조례안에서 가림막과 비상벨 설치 조항을 모두 “설치할 수 있다”로 바꿨다. 기존 적용 대상이던 유치원도 조문에서 빠졌다. 앞서 김건안 의원이 이를 지적했을 때도 답변은 비슷했다.
“조례가 저희(전남)만 있다 보니까 같이 통합하는 과정 속에서 그런 의견들이 수렴돼 그렇게 바뀐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왜 바꾸자고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의무 규정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타당치 않은 것 같다”고 하자 박 국장은 곧바로 “강행 규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불법촬영 예방시설만의 일이 아니었다. 성교육 조례안은 성교육 실시와 권고 의무를 “할 수 있다”로 바꿨다. 양성평등 조례안도 “양성평등교육위원회를 둔다”를 “둘 수 있다”로 고쳤다. 최정훈 위원장은 “기존 조례의 강행 규정을 말 그대로 임의 규정으로 변경한 게 몇 건 있다”고 짚었다.

교육청은 양성평등교육위원회의 경우 상위법이 “둘 수 있다”로 돼 있어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례에서 “둔다”고 정하면 법령상 문제가 되느냐고 묻자 황성환 부교육감은 “의원님들께서 결정하신 대로 하실 수 있다”고 답했다. 왜 의무로 두면 안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외주 준다”더니…다른 국장은 “학교가 점검”

기존 사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묻자 답변은 더 엇갈렸다. 이영훈 의원이 조례에 따른 비용과 사업 실적을 묻자 박 국장은 “전남은 자체 인력을 활용해서 별 비용이 없고, 광주는 학교 수가 너무 많아 외주를 주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예산에 대해서는 “미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위원장이 박철영 학교교육국장을 답변석으로 불렀다. 설명이 달라졌다. 광주는 “현재까지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걸로 돼 있었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교육청이 어떻게 도울지 고려 중이라고 했다.
한 국장은 외주를 준다고 했고, 다른 국장은 학교가 맡고 있다고 했다. 학교 화장실을 누가 점검하는지부터 설명이 맞지 않았다. 전남은 교육지원청이 탐지 장비로 관내 학교와 직속기관을 점검하며, 지금까지 적발 건수는 없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통합 조례를 만들면서 풀어야 할 과제는 기존 전남의 시설 설치·점검 기준을 광주까지 어떻게 적용할지였다. 그러나 교육청이 제출한 안은 시설 설치 의무부터 낮추는 내용이었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재량으로

학교 현장의 피해는 예방 책임을 더 무겁게 한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안 가운데 성폭력은 2021학년도 2,505건에서 2025학년도 4,665건으로 86.2% 늘었다. 형사사건으로 집계한 성범죄 건수와는 구분되는 수치다.

경찰 단속에서도 10대가 가장 많았다. 2024년 11월부터 1년간 광주·전남에서 사이버성폭력으로 검거된 126명 가운데 10대가 65명(46.1%)이었다. 2024년 8월 광양에서는 고등학교 2곳의 학생 19명이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성적 이미지가 SNS에 퍼졌다며 피해를 신고하기도 했다.

교육위는 이날 디지털 성범죄 예방사업도 의무로 바꿨다. 이 사업은 기존 전남교육청 조례에서도 “추진할 수 있다”로 돼 있었다. 교육위가 이번에 처음 “추진해야 한다”로 바꾼 것이다. 서영배 의원이 “예방사업이 여기서 제일 중요하지 않느냐”고 묻자 박 국장은 “맞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조례를 만든 목적이 그것 때문인데 재량으로 놔둬 버리면 되겠느냐. 의무적으로 해야 책임성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를 어떻게 돕고 있는지 묻자 답변은 다시 불분명해졌다. 딥페이크 영상이 계속 퍼지는 피해를 막을 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국장은 “그 밖에 피해자 보호 지원에 필요한 사업” 조항을 들었다. 삭제 지원을 실제로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되돌리는 데는 모두 “이견 없다”

교육위는 불법촬영 예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학교 성교육은 “실시하여야 한다”, 양성평등교육위원회는 “둔다”로 고쳐 의결했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사업은 “추진해야 한다”로 바꿨다. 난치병 학생 지원체계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로 의무를 강화했다. 교육청은 다섯 건 모두에 “이견 없다”고 답했다.

조례에 “해야 한다”고 쓴다고 시설과 지원이 저절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하고,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된다. 교육청은 의무 규정을 되돌리는 데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애초 누가, 왜 바꾸자고 했는지는 이날 회의에서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 교육위 소속의 한 의원은 동부뉴스와의 통화에서 “통합 조례안이 너무 많아서 생긴 단순 실수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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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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