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는 보상비가 이렇게 불어날 줄 몰랐을까. 동부뉴스는 2021년 5월 발간된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보고서와 순천시의회 회의록, 국토교통부 공시지가·실거래가 자료를 대조했다. 보고서는 2019년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보상비를 계산했다. 반면 사업지 안 47필지의 공시지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48% 올랐다. 보고서 계산상 보상비가 22%만 올라도 흑자가 사라지는 사업이었다.
핵심은 보상비가 나중에 올랐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보상비가 조금만 늘어도 수익성이 사라지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미 나타나고 있던 땅값 상승이 사업비와 지방채 상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따졌느냐는 것이다. 그 보고서가 나오고 석 달 뒤, 한 차례 재심사 판정을 받았던 연향들 사업은 행안부 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2020년도에 한 15% 올랐고, 2021년도에 한 23% 정도 올랐습니다."
2021년 10월 12일 순천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신길호 당시 도시과장이 땅값에 대해 한 답변이다. 연향들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정부가 큰 규모의 지방 사업을 미리 따져 보는 절차)를 조건부로 통과한 지 두 달도 안 된 때였다. 그때 시가 의회에 보고한 보상비는 1,119억 원이었다. 신 과장은 이 금액이 "2019년도에 최초 사업계획 수립할 때"의 것이라고 했다. 땅값이 두 해 연속 올랐지만, 의회에 보고한 보상비는 최초 계획 때 금액에 머물러 있었다.
신 과장은 같은 자리에서 "제 생각에는 7, 80억씩 보상비는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지금 순천시가 치르는 보상비는 2,196억 원이다. 당시 보고한 금액의 거의 두 배다.
보상비는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투자심사를 앞두고 나온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순천시가 100원을 넣으면 땅을 팔아 111원을 돌려받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상비가 20% 오르면 남는 돈이 1원으로 줄어든다고 계산했다. 같은 방식으로 따져 보면 보상비가 22% 오를 때 흑자가 사라진다. 땅값 상승이 보상비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따라 사업의 흑자와 적자가 갈리는 구조였다.
보고서는 '2019년 땅값'으로 계산해
보고서는 모든 금액을 "2019년 말" 가격으로 맞춘다고 밝히며 2019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를 적용했다. "공시지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보상가를 산정"한다고 적었지만, 계산된 용지 매입비 1,092억 원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19년 공시지가로 앞서 추정한 1,090억 원과 거의 같았다.
보고서가 사례로 든 연향동 798-2번지 논의 공시지가는 2019년 ㎡당 12만 원에서 2021년 18만 500원으로 2년 새 50% 올랐다. 사업지 안 47필지의 평균 상승률도 48%다. 2020년 공시지가는 보고서가 나오기 1년 전에 이미 공시됐다. 보고서는 공사비 단가를 2020년 5월 자료로 바꿔 넣고 주변 땅 거래 사례도 2020년 10월까지 조사했지만, 땅값만은 2019년 공시지가 기준 그대로 두었다.
분석을 위해 금액을 같은 기준연도 가격으로 맞추는 것과 실제 지급할 보상비를 확보하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실제 보상비 상승률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보상비가 22%만 늘어도 흑자가 사라지는 사업이라면, 이미 확인된 땅값 상승이 보상비와 자금 조달에 미칠 영향을 따져야 했다. 보고서 스스로도 보상비의 90%를 2022~2023년에 치르는 것으로 계획했다. 2~3년 뒤에 치를 돈을 2019년 땅값으로 계산한 셈이다.
실제 거래가격과 비교해도 보상비 추정의 적정성을 따져볼 대목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사업지 인근 생산녹지 논·밭의 ㎡당 평균 거래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2016년 15만 원에서 2019년 30만 원으로 2배가 됐다. 보고서가 추정한 논 보상 단가 ㎡당 27만 7,000원은 이 평균 거래가보다 낮았다. 인근 거래가격이 개별 토지의 보상가격과 같지는 않지만, 보고서의 추정액이 당시 거래 수준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차이다.
의회에서도 보상 단가에 의문이 나왔다. 2021년 10월 12일 강형구 의원은 "(평당) 75만 원으로는 도저히 보상이 안 될 텐데…"라고 물었다. 1,119억 원을 사업 면적으로 나눈 금액이 평당 75만 원, ㎡로 바꾸면 약 22만 7,000원이다. 이는 전체 사업 면적으로 나눈 평균값으로, 보고서의 논 보상 단가와는 구분된다.
이듬해 10월 시는 의회 보고에서 "매년 보상비 및 공사비 증가로 지방채 등 투자사업 재원확보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상비를 1,650억 원 이상으로 다시 추산했다. 1,119억 원보다 47% 많은 금액이다. 보고서의 다른 조건을 그대로 두고 보상비를 이 금액으로 바꿔 계산하면, 100원을 넣고 90원을 돌려받는 적자 사업이 된다. 보상비 증가만으로도 당초 수익성 판단이 뒤집히는 셈이다.
"통과될 수 없다"던 사업, 어떻게 통과했나
이 같은 보상비 산정은 투자심사 통과 과정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영오 당시 공공시설과장은 2022년 12월 6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순천시의 처음 안을 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이것은 도저히 안 된다, 그렇게 투자심사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시는 거의 시 안대로 심사를 받았고, 결과는 재심사였다. 이 과장은 "지방채 발행을 갖다가 갚을 수도 없고, 그리고 분양이 되겠냐 도저히 안 된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시는 공동주택을 넣은 안으로 2021년 8월 조건부 통과를 받았다. 조건은 "투자비 회수 및 지방채 상환 방안 마련"이었다. 과장에서 승진한 신길호 당시 안전도시국장은 2022년 10월 시의회에서 "공동주택 부지가 하나도 없으면 통과가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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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결과 |
보고서의 추정도 연구원과 달랐다. 보고서는 재무성 분석에 쓴 총사업비를 2,270억 원으로 잡아 연구원 추정(2,461억 원)보다 191억 원 낮췄다. 근린생활시설용지 분양가는 ㎡당 133만 8,921원으로, 연구원이 잡은 92만 3,438원보다 45% 높였다. 들어갈 돈은 줄이고 받을 땅값은 올린 셈이다.
분양 가능성과 지방채 상환은 처음부터 이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다. 그런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한 보고서에서, 가장 큰 비용인 보상비의 바탕은 끝까지 2019년 공시지가였다.
문턱을 넘은 숫자, 그 뒤
보상비가 오를 것이라는 신호는 보고서 작성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공시지가와 거래가에 나타나 있었다. 투자심사 직후에는 담당 과장이 의회에서 땅값 상승률을 직접 말했다. 그러나 당시 시가 보고한 보상비는 여전히 2019년 최초 계획 때의 1,119억 원이었다.
연향들 사업의 취약성은 보상비가 두 배로 불어난 뒤에야 생긴 것이 아니다. 심사를 앞두고 작성된 보고서 자체가 보상비 20% 상승만으로도 남는 돈이 거의 없어지는 구조를 보여줬다. 시는 이런 사업을 추진했고, 이후 보상비는 2,196억 원까지 늘었다.
당초보다 늘어난 보상비만 1,077억 원이다. 시는 빚을 내 보상비를 치렀지만, 땅은 팔리지 않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제기됐던 분양과 지방채 상환의 문제가 이제 시가 풀어야 할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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