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는 그동안 지방행정이 시민 의견을 낼 창구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행정이 정책을 먼저 정한 뒤 알리는 '일방향 소통' 구조였다는 점을 개편 배경으로 들었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시민주권담당관을 중심으로 참여·경청·소통·환류 등 4대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형성의 주체로 두고,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결과까지 공유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새 체계가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사안은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을 둘러싼 논의다. 지난 7월 시민 821명이 이 사안에 대한 정책토론을 청구했고, 시는 지난 11일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시민주권담당관은 사안의 성격에 따라 타운홀미팅, 숙의형 토론회, 온라인 댓글토론, 모바일 설문 등을 활용해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 과정과 정책 반영 여부를 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시민과 행정 잇는 'S.ON' 브랜드로 소통 창구 일원화
시는 흩어져 있던 소통 창구를 하나로 묶는 대표 브랜드 'S.ON(Suncheon ON)'도 함께 선보인다. '언제나 열려 있는 소통', '함께 만드는 정책', '끝까지 답하는 행정', '결과로 증명하는 시정'을 목표로 내걸고, 시장과 시민이 직접 만나는 창구를 넓히기로 했다. 시장이 지역 현안을 직접 살피고 시민 목소리를 듣는 '오손도손' 등 세대·계층별 소통 프로그램이 확대된다. 현장에서 곧바로 답을 찾지 못한 건의사항은 담당 부서의 검토 결과와 추진 상황, 반영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이 정책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손훈모 시장이 지난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연 민선9기 첫 주요업무 실행계획 보고회에서 밝힌 5대 시정방침, 즉 시민주권·상생경제·미래인재·민생우선·녹색환경 가운데 '시민주권' 방침을 구체화한 조치이기도 하다. 당시 시는 민선9기 출범과 함께 운영해 온 시민주권 태스크포스(TF)를 바탕으로, 시민 제안이 검토·의사결정·실행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반영 여부까지 공개하는 '환류 행정'…2027년 시책과제 발굴 예고
시는 참여·경청·소통 과정에서 나온 시민 의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의견을 듣는 행정'에서 '의견이 정책이 되는 행정'으로 단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책 반영 여부와 결과 회신, 시민 만족도 등을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성과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시민참여로 이뤄진 정책 개선과 생활 불편 해소 사례를 계속 발굴해 '시민의견 제시 → 부서 검토 → 정책 반영 → 결과 공개 → 시민 재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2027년부터는 부서별 시책과제를 발굴하고 추진 성과를 평가해 시민참여 정책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시민주권은 시민의 의견을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그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라며 "시민이 시정의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시민과 함께 답을 찾는 열린 시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이번 체계를 시작으로 다른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공론화 방식을 순차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 공론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가, 새 체계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