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의원과 주철현 의원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은 "86만 동부권 주민 누구나 20~3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공동생활권에 공공혁신지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의대 설립은 특정 대학이나 지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 의료수요, 접근성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동부권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동부권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6%에 달하는 초고령화 지역이면서도 영유아 인구는 서부권의 2배를 웃돈다. 국가산단과 항만, 다수의 섬이 밀집해 산업재해와 해양사고가 잦은 데다 중증·응급환자 발생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게 의원들의 설명이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상급종합병원 47곳 가운데 동부권에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어,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2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의원들은 지적했다.
"후퇴한 방안"…통합의료벨트 구상에 뿔난 동부권
의원들의 이날 회견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난 27일 내놓은 '초광역 통합의료벨트' 구상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특별시는 서부권(목포)에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갖춘 메디컬타운을, 동부권(순천)에는 성가롤로병원 일대를 '메디컬 특화지구'로 지정하고 순천의료원을 600병상 규모로 확대해 국립의대의 수련·교육 거점병원으로 삼는 '동부권 의료혁신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은 목포에, 순천에는 기존 의료기관 재편만 배정된 셈이다.
동부권의 반발은 이보다 하루 앞서 이미 시작됐다. 손훈모 순천시장과 김문수·권향엽 국회의원, 순천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26일 순천시청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국립순천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함께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특별시 발표 이튿날인 28일에는 순천대가 순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부권 소외·편향적 발표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선란 순천시의원은 '통합의료벨트'가 종전 1대학 2병원 구상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순천시의회도 "동부권 시민의 염원을 짓밟았다"며 구상 철회를 요구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회의원들은 이날 "최근 통합특별시가 발표한 '초광역 통합의료벨트' 구상은 서부권에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을 설치하고 동부권에는 기존 의료기관 재편만 제시한 후퇴한 방안"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목포가 지역구인 김원이 의원은 같은 구상을 두고 "서부권과 동부권의 강점을 각각 살려 하나로 연결된 의료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순천대가 통합특별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교육부가 목포대 단독 의대 공모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같은 발표를 놓고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협의체 구성도 제안
의원들은 의과대학·대학병원 설립을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과도 연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곳을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지방에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의원들은 "전남 동부권에 어떤 공공기관을 유치해 지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것인지 구체적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며, 공공혁신지구를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우선 입지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지역 대학, 의료계, 시민사회, 국회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하자고도 제안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입지를 특정 대학이나 지역 간 이해관계에 따라 나눌 것이 아니라, 동부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원들은 "86만 동부권 주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고 공공기관 유치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학 통합 논의가 대학의 자율 사항이라면서도, 2030년 의대 신설을 목표로 한다면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이번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국립의대 설립을 둘러싼 동·서부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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