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는 입장문에서 “지난 7월 2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국립의대 신설 및 지원방안'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학 구성원과 순천지역 의료계, 지역사회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결과,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은 물론 대학병원까지 사실상 목포 중심으로 짜여 순천에는 대학병원만 우선 배치하는 현재 제안이 편향됐다고 진단했다는 것이다.
순천대는 특히 지역 불균형 문제를 근거로 들었다. 주요 행정기관이 광주·무안·나주에, 4년제 대학이 서부권에 이미 집중된 상황에서 이번 통합으로 대학본부마저 목포에 자리 잡으면, 인구 84만 명인 동부권에는 대학본부를 둔 4년제 대학이 전무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삼성·SK 등 약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AI 투자도 사실상 서부권에 집중될 예정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순천대는 “행정과 고등교육, 미래산업, 의료가 모두 서부권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동부권에 순천캠퍼스와 대학병원만 남기는 것은 순천을 넘어 전남 동부권 전체의 쇠락을 부르는 일”이라며 “통합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순천에 배치하고 단계적인 대학병원 설립을 대안으로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환기획위원회의 13일 회신 요구에 대해서도 “법적 의무가 아니라 정치적 요청으로 이해된다”며 “대학과 지역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사안이 촉박한 시한에 쫓겨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형배 “손 떼는 건 대학 협상만”…최후통첩 무색해진 시한
앞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는 지난 9일 목포대와 순천대에 통합을 전제로 한 절충안을 제시하며 13일 오후 11시까지 동의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안의 핵심은 목포에 대학본부와 의과대학을 두고 추가로 대학병원을 설립하며, 순천에는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먼저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민 시장은 같은 날 무안청사 타운홀미팅에서 “13일까지 결론을 안 내면 손을 뗄 생각”이라고 최후통첩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 시장은 13일 KBS 인터뷰에서 이 발언의 의미를 부연 설명했다. “의과대학 설립에 손을 떼겠다는 게 아니고 그 두 대학 당국의 협상에 손을 떼겠다는 것”이라며, 통합이 무산되면 더 이상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의과대학을 유치하는 방법을 고민하거나, 절충안에 동의하지 않는 대학에 대한 대응·페널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대 무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순천 대학병원·목포 의과대학' 절충안 수용을 강하게 촉구해 왔다.
전남 국립의대, 다음 분수령은
목포대의 조건 없는 수용과 순천대의 명확한 거부·역제안으로 두 대학의 입장이 정면으로 갈리면서, 통합을 전제로 한 절충안은 사실상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오는 20일까지 교육부에 대학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야 내년도 통합대학 신입생 모집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이 일정 자체가 지켜지기 힘들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 시장이 예고한 대로 협상 중재에서 물러설 경우, 이후 경로는 크게 두 갈래로 좁혀질 전망이다. 하나는 통합을 전제로 하지 않고 목포대와 순천대가 각각 개별적으로 의과대학 유치를 모색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절충안에 동의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 불이익을 검토하는 방안이다. 다만 순천대가 대학본부·의대를 순천에 두자는 역제안을 공식화한 만큼, 목포대 역시 기존 수용 입장을 접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대학이 각자 의대 유치를 명분으로 정면 충돌하는 국면으로 번질 경우, 정부가 애초 통합을 전제로 추진해 온 전남 국립의대 신설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역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순천대의 역제안에 목포대와 인수위가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가 다음 국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