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록처럼 조립한 '가짜 세포'
스퍼드셀은 아주 작은 비눗방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크기는 0.05밀리미터로, 가는 모래 알갱이보다 네 배쯤 작다. 이 비눗방울 속에 유전자 설계도(DNA)와 단백질을 만드는 부품, 화학 반응에 필요한 재료들을 채워 넣었다. 마치 레고 블록을 하나씩 골라 조립하듯, 연구팀은 바이러스와 대장균에서 필요한 유전자 36개만 뽑아 넣었다.
사람의 몸속 유전자는 2만 개에 이르고, 실험용 대장균조차 4460개나 된다. 이에 비하면 스퍼드셀의 36개는 정말 단출한 숫자다. 그만큼 '생명을 유지하는 데 최소한 몇 개의 유전자가 필요한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다가서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는 유전자를 525개까지 줄여봤지만, 그중 56개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10년째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스퍼드셀은 이 궁금증을 훨씬 단순한 형태로 다시 물었다.
밥을 먹고, 크다가, 둘로 쪼개지다
연구팀은 스퍼드셀에 '밥'을 줬다. 작은 영양분은 세포 표면의 작은 구멍으로 바로 흡수됐고, 구멍보다 큰 영양분은 '먹이 방울'이라는 작은 주머니와 통째로 합쳐지는 방식으로 섭취했다. 사람이 음식을 씹어 삼키듯, 세포도 나름의 방식으로 먹이를 먹은 셈이다. 먹이를 먹은 세포는 몸집이 커졌고, 몇 시간 만에 둘로 나뉠 정도로 자랐다.
분열되는 방법도 흥미롭다. 실제 살아있는 세포는 내부의 단단한 골격이 조여들며 갈라지지만, 스퍼드셀에는 그런 골격이 없다. 대신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 잔뜩 붙여, 마치 풍선 겉면에 스티커를 너무 많이 붙이면 한쪽으로 휘어지듯 세포막을 안쪽으로 밀어 넣어 둘로 쪼개는 방법을 찾아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실제로 작동시키기까지 1년이 걸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먹이를 더 잘 흡수하는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어 원래 세포와 절반씩 섞은 뒤 다섯 세대에 걸쳐 먹이 경쟁을 시켰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잘 먹는 돌연변이가 점점 더 많은 자손을 남기며 수적으로 우세해졌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더 강한 개체가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화학물질로 만든 인공 세포에서도 똑같이 재현된 것이다.
생명은 이분법이 아니다
가장 궁금한 대목은 역시 '이게 우리 삶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일 것이다. 연구팀과 전문가들은 스퍼드셀 같은 인공 세포가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탄소 포집 등 환경 문제 해결, 자연 세포가 만들지 못하는 새로운 물질 생산에 쓰일 수 있다고 본다.
사람 몸속 세포는 수만 개의 유전자와 복잡한 조절 장치가 뒤엉켜 있어 손보기가 쉽지 않지만, 스퍼드셀은 부품 목록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기계'에 가깝다. 필요한 부품만 갈아 끼우면 원하는 물질을 만들도록 고쳐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스퍼드셀은 단백질 공장 역할을 하는 '리보솜'을 스스로 만들지 못해, 연구팀이 계속 완성품을 먹여줘야 한다. 이마저도 5~10세대가 지나면 낡아서 고장 나고, 세포는 그대로 작동을 멈춘다. 아다말라 교수는 "죽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작동을 멈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걸 생명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논쟁도 뜨겁다. 아다말라 교수 스스로 "생명은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스탠퍼드대 드루 엔디 교수와 함께 비영리 연구단체 '바이오틱(Biotic)'을 세워 다른 과학자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수억 달러가 투입되고 수백 명의 과학자가 연구에 뛰어들 전망이며, 첫 모임은 오는 9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다. 목표는 스퍼드셀이 스스로 리보솜을 만들고 세대 제한 없이 계속 분열하도록 발전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기술이 훗날 잘못 쓰일 가능성에 대비해, 공개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장치도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엔디 교수는 스퍼드셀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에 비유했다. 12초짜리 첫 비행이 곧바로 보잉 737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하늘을 나는 시대의 문을 연 것처럼, 스퍼드셀도 아직은 작고 서툴지만 인류가 생명을 직접 설계하는 시대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